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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1 루왁커피 득템 (11)
  2. 2010/12/07 첫 오보에 레슨 (12)
  3. 2010/11/13 [영화] 더콘서트 (6)
  4. 2010/11/05 바딤레핀과 서울시향 말러 시리즈, 2010년 11월 3일 (6)
  5. 2010/11/04 바흐 이전의 침묵
  6. 2010/10/20 도쿄 출장
  7. 2010/10/08 추석 연휴의 홋카이도 가족여행 2편 (4)
  8. 2010/10/08 추석 연휴의 홋카이도 가족여행 1편 (2)
  9. 2010/08/10 퇴근길 무지개 (14)
  10. 2010/08/08 제주도 가족여행 (4)
  11. 2010/07/14 바로크활 도착 (10)
  12. 2010/06/28 법원에 강의들으러 가야...
  13. 2010/06/19 아르헨티나전 열리던 날 (6)
  14. 2010/06/15 아이폰 3Gs (4)
  15. 2010/06/14 다시 티스토리로...
  16. 2010/06/07 회사에서는 업무만 하자.... (2)
  17. 2010/06/07 에머슨 스트링 쿼텟, 2010년 6월 6일 (4)
  18. 2010/05/25 레슨중단 (13)
  19. 2010/05/24 파위 피녹 & 맨슨 트리오 2010년 5월 22일 (2)
  20. 2010/04/18 배송 받은 페이지원~ (17)
  21. 2010/04/05 전자책단말기 페이지원 (8)
  22. 2010/03/24 [공연] 알렉상드르 타로 & 장 기엔 케라스 2010.3.23 (2)
  23. 2010/03/15 고기 없는 월요일 (8)
  24. 2010/02/24 [공연] 테츨라프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2010. 2. 23 (8)
  25. 2010/02/22 [공연] 베를린고음악아카데미 (AKAMUS)와 서예리 2010. 2.17 (4)
  26. 2010/02/12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나이... (2)
  27. 2010/01/16 케이스 도착~~ (24)
  28. 2010/01/12 그리고... 아바타 (4)
  29. 2010/01/12 그리고 셜록홈즈 (4)
  30. 2010/01/12 전우치, 셜록홈즈, 아바타 중 일단... 전우치
출장 다녀온 남편이 얻어왔다는 루왁커피.

게으른 탓에 지난 몇년간 오로지 캡슐커피만 먹어왔는데 홀빈 커피를 어찌 갈아 먹으라구;; 커피 그라인더는 없으니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보면 어떨까 ㅡㅡ;

하여간... 말로만 듣던 사향고양이의 응아로 만든 커피라는데 맛이 좀 궁금하긴하다. 그라인더를 구해보거나 다른 집에 가서 만들어 마셔보고 판단할 예정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슈삐.
TAG 커피

몇 달간이나 쉬어 버린 바이올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해야 하는데, 덜컥 오보에 레슨을 받기 시작해버렸다. 지금이 아니면 또 계속 미뤄 버릴 것 같아서 그냥 무작정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사실 관악기 레슨은 처음 받아 보는 것인데, 오보에 사놓고 점검 한번 받은 이후로 케이스도 열어 보지 않은지 몇 년이나 지난 것 같다;;; 어쨌거나... 악기는 있는데, 운지도 모르고 불 줄도 모르고 관악기는 배워본 적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레슨을 시작했다.

리드만 가지고 소리내기, 혀만 움직여서 텅잉하는 법을 배우고, 간단한 옥타브 음계를 배웠는데... 음정이 정말 이상하다. 리모더처럼 관악기는 불기만 하면 제대로 된 음정이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 거의 반음에서 한음 정도가 낮다. 혹시 악기가 이상한가 싶어서 "저는 음정이 낮게 나오는 것 같아요" 했더니, 입술이 풀려서(?) 그렇기도 하고 처음엔 음정을 높여서 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실제로 리드만 불었을때 C음정이 나와야 하는데 B 또는 A음이 나는 듯.

처음에 20분정도 하면 입술이 풀린다고 하셔서, 바이올린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풀리면 좀 나아지는 그런 상태를 이야기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20-30분 정도 지나니까, 소리도 더 엉망이되고;;; 음정은 도무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 입술도 얼얼해진다. 조금 불었다고 이런 상태가 되는데 오보에 연주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연주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아예 처음부터 소리도 못내보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까 첫 시간에 악보 읽고 음계도 다 불어 본 나는 좀 다행일지도. 그런데, 선생님은 첫 시간에 소리 잘 내다가 그 다음에 와서는 헤매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도 하신다. ㅠㅠ 너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오면 그렇기도 한다고....;

오보에는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집에서 연습하는 것이 좀 힘들 것 같다. 일단 리드 불면서 텅잉하는 연습을 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텅잉이 쉽지가 않다. 쭉 이어지면서 음과 음 사이를 살짝 혀로 끊어 주어야 하는데, 내가 불면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어지기 일쑤이고 전혀 이어지지도 않는다. 연습하면 좋아질까...

뭘 하던 바이올린 보다는 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첫 레슨을 받고 나니까 전혀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 바이올린은 그래도 자리 잡고 그으면 소리가 났는데, 이건 전혀 소리가 나지 않거나 소리가 나도 음정이 엉망이라 처음부터 좌절이다. 입술도 힘들고 해서 연습도 많이는 못할 것 같고.... 누가 나에게 그래도 하면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나중엔 그럴 듯한 연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좀 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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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슈만과 클라라에서 시사회 초청이벤트가 있어서 티켓을 두 장 얻었습니다. 도윤이와 꽤 재미있게 보고 나왔어요. 다음은 느낀점(?).

1. 할아버지 할머니들 나와서 만담하는 듯한 분위기의 코미디였어요^^

2. 옛 소련 기억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렇게 살겠구나 싶은 장면도 나오구요. 파리에서 공산당 집회할 때 인터내셔널가 한번 불러 주면 어떨까 잠시 생각했는데, 그럼 코미디가 너무 진지해 질 것도 같더군요;;

3. 마지막 씬의 차콥 바협은 매우 씩씩하게 연주되었어요;; 귀가 살짝 아플 정도였지만 어디서 그렇게 크게 음악을 들어 보겠어요 ㅡㅡ;;; 1악장이 거의 다 연주된 것도 대단하긴 한데, 음악의 뒷배경으로 과거의 사건들이 보여질 때는 괜찮았는데, 미래의 영상이 보여질 때는 아... 이 영화는 확실히 코미디구나 싶었습니다. ㅎㅎ

4. 독주자로 나온 안네마리 역을 맡은 멜라니 로랑은 이 영화를 위해서 바이올린을 두달 정도 배웠다는데 꽤 그럴 듯하게 연주연기를 하더군요. 비브라토도 좋아 보이고;;; 역시 손가락이 길어야 하는 걸까요....ㅠㅠ

5. 안네마리는 본뮤지카를 쓰고 있더군요. 같이 영화보던 저희 딸이 "저 언니, 엄마 어깨받침하고 똑같은 거 쓰네" 하고 나서야 알아챘다지요.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지아도 본뮤지카를 썼는데 말이죠... 사실 실제로 연주회에서 본뮤지카를 쓰는 실제 바이올리니스트는 거의 못본 것 같아요. ^^;

6. 프랑스에서 루마니아 감독이 러시아 배우들과 함께 만든 영화이고, Le Concert가 원제인데, 왜 영어권도 아닌 우리나라에서의 영화제목은 "르 꽁세르"도 아니고, "그 공연"도 "한풀이 공연"도 아닌 "더콘서트"일까요. ^^;;;;


사실... 아침에는 팀미팅을 빙자하여;;;; 초능력자를 조조로 봤습니다. 몇마디 또 느낀점(?)을 적자면...;

1. 저런 꽃미남들을 데려다가 저렇게 영화를 만들어 버리는 수도 있구나;
2. 저 스토리는 일부러 저렇게 성의없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는 걸까?
3. 유혈이 낭자한 장면만 좀 제거하면, 어린이 영화로 딱 좋겠다. 뭔가 우뢰매 분위기...
4. 각본과 연출만 아니었으면;;;;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겠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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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라두루푸의 내한소식을 듣고 리사이틀을 보러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좋은 자리 다 나갔을 것 같아서 그만두고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11월 3일 공연도 볼까 했지만 이미 매진되었다는 이야기에 역시 포기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라두루푸의 한국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니... 협연자가 바딤레핀으로 바뀌었단다. 트위터에 그 소식이 뜬 걸 보고 표를 보러 들어갔더니 그간 취소된 표들이 몇 장 있길래 그냥 한장 사버렸다.

B석치고는 괜찮은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보니 앞에 앉은 아저씨가 어찌 키도 크고 내 시야를 잘 가려주는 절묘한 기술을 가지고 계시던지....; 무대가 1/3밖에 보이지 않은 채로 두 시간 넘게 공연을 봐야만 했다는...;ㅁ;

프로그램:
Sibelius, Violin Concerto
Mahler, Symphony No. 1 "Titan"

바딤레핀의 사운드는 시벨리우스의 시원한 멜로디에 딱 잘 어울리는 음색이었다. 약간씩 불안불안한 부분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사운드와 뛰어난 테크닉이 받쳐주기 때문인지 큰 무리는 없이 진행되었다.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하모닉스 소리가 잘 안들렸는데;; 자리가 3층이라서 잘 안들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3악장에서는 애매한 음정이 종종 들렸는데 오케스트라와 튜닝이 잘 안된 건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어쩌면 협연자가 너무 급하게 바뀌어서 독주자나 오케스트라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는데... 레핀이 시벨리우스를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닐테고, 시향도 시벨리우스가 처음은 아닐 듯 했고 어차피 한곡당 연습시간이 원래 그다지 길지는 않을텐데... 컨디션이 별로인가... 언제 한국에 온걸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3악장을 들었다;;

앵콜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레핀은 옛날 KBS협연때와 마찬가지로 시향단원들에게 피치카토 반주를 부탁했다. 음... 같은 곡이구나하는 생각에 살짝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파가니니의 베니스의 카니발은 사실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곡인데다가 앵콜로의 효과도 매우 좋은 곡이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은 정말 언제 보아도 놀랍다;; 관객들의 박수에 두번째 앵콜을 시작했는데, 같은 곡의 또다른 변주였다. 나중에는 연주하면서 무대 뒤로 걸어들어가더라는...

앵콜도 같은 곡으로 하는 걸로 봐서 확실히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앵콜이야 그야말로 "덤"이고 박수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니 같은 곡을 했다고 크게 실망할 성격은 아니 것 같다. 어쨌거나 그의 테크닉은 정말 놀라웠으니까.

인터미션 후의 말러 1번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시벨리우스 때의 정명훈과 시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데, 일단 곡이 시작되자 오케스트라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관객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냥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역시 정명훈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스트링은 워낙 원래 훌륭한 파트들이지만;; 그날의 목관 연주는 매우 좋았고 금관도 나쁘지 않았었다. 시향 연주를 자주 보지 않아서 언제부터 금관에 외국인들이 저렇게 많아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금관은 외국인 연주자의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아 보였다. 사실 그간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금관 삑사리를 듣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는데 그날 나름대로 매끈한 연주를 들려 준 것은 외국인 연주자들 덕이 아니었을까.

하여간... 말러 1번은 대단했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시벨리우스와 대비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정말 정명훈의 시향은 많은 발전을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중간 중간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특히 Jazzy한 느낌이 가득한 3악장 (솔직히 말하자만 트로트스러운;)이 그랬다. 4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나 관객의 몰입의 정도가 더 높아져서 피날레를 향해가면서 터져나오는 격정과 환희의 느낌이 잘 살아났었다.

곡이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쏟아졌는데, 관객의 절반 정도는 기립박수를 쳤던 것 같다. 우리 관객들이 원래 박수에는 절대로 인색하지 않은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것을 보는 것은 확실히 흔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앵콜은 4악장 마지막 부분. 곡이 끝나고 나서의 연주여서인지 앵콜 연주가 더 시원시원하고 신나게 들렸다.

말러보다는 시벨리우스를, 정명훈과 시향보다는 레핀을 보러 간 연주였는데, 뜻밖에 꽤 만족스러운 말러 교향곡을 들을 수 있었던 밤이었다. 사실 말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정명훈의 말러를 한번 쭉 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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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그간 동호회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났고, 또 소규모 상영회도 하던 영화였는데, 얼마 전 드디어 개봉을 했다. 2007년 제작 영화이니 3년만에 한국의 개봉관에서 상영을 하게 된 것. 그래도 절대로 개봉관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 (비록 아침시간과 심야시간 밖에는 상영을 하지 않기는 하지만) 멀쩡한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좀 고마울 정도였다^^; 일요일 아침시간이었는데도 생각보다는 관객도 많았다. 거의 반은 찬 듯...

자동피아노가 흰 벽으로 되어 있는 빈 집 (그러나 전기아울렛이 있는 현대의 집)을 오가면서 골드베르크변주곡을 연주하면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 내내 롱테이크로 음악만을 들려 주면서 나오는 장면들이 꽤 있는데, 첫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고 스토리가 있지만 약간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아닐까 하고 막연히 추측하고 갔는데, 첫 장면은 좀 당황스러우면서도 흥미를 자극했다. 앞으로도 이 영화는 결코 만만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이어서 개를 끌고 노인 (아마도 맹인)이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아서 조율을 하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음이 미묘하게 틀어졌다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는 과정이 또 길게 이어졌다. 왜 조율장면이 이렇게 길게 들어갔을까 생각해보다 이런 피아노의 조율법 자체가 바흐의 공헌이 상당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이어서 트럭운전을 하는 두 명의 남자가 휴게실에서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 장면. 매우 일상적인 장면들이 아무 설명없이 진행되고, 대화가 이어지고 살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 사람들은 누굴까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면 트럭은 출발하고 조수석에 타고 가는 초짜 트럭기사는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세상에나.... 리코더와 더불어 초등생들의 친구인, 하모니카라는 매우 친근한 악기와 허름하고 약간은 맹해 보이는 트럭기사 지망생이 만들어 내는 선율은 역시 바흐. 더구나 곡이 진행되면서 하모니카로 이런 다성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싶은 부분들이 나오는데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바흐가 등장했다. 오르가니스트인 크리스티안 브렘벡이 바흐로 나와 오르간을 연주하고 하프시코드도 연주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이제 본격적인 바흐의 이야기가 나오나 했는데... 카메라는 다시 현대로 돌아왔다. 어떤 노인이 꼼꼼히 단장을 하고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알고보니 그는 바흐로 분장을 하고 그의 생애와 업적을 설명하는 안내원인듯. 그리고 마치 그림처럼 바흐가 살았던 드레스덴의 장면들이 지나가며 관광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의 음성이 들린다. 어떻게 골드베르크변주곡이 작곡되었는가에 얽힌 이야기도 해주고...

(영화가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서 앞 뒤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이후 지하철 한 칸을 가득 메운 첼리스트들이 모두 같이 무반주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는 장면, 연주가 끝나고 첼로를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는 뒷 모습도 이어졌다. 시끄러운 지하철의 소음에 프렐류드가 씩씩하게 (?) 연주되는 것도 상당히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많은 첼리스트들이 무심하게 첼로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 빠져나가는 모습에서는 바흐가 현대의 젊은 첼리스트들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바흐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프리드리히가 장난을 치고,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바흐는 식탁에서 악보를 보고, 아들을 가르치고, 또 본인도 연주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대한 짧은 레슨. 안나 막달레나 바흐인 것으로 보이는 여인도 등장하고.


그리고 나온 에피소드는 멘델스존의 시대. 수다쟁이 푸줏간 주인이 고기를 싸는데 악보가 그려진 종이를 사용하고, 멘델스존의 하인이 고기의 피가 묻은 악보를 주인이게 가져다 준다. 그 악보가 바로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라는....;; 이런 내용의 노래가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의 가사를 바꾸어 흘러 나온다. (사실 이 부분은 좀 어색하면서 살짝 웃기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스토리(?)가 있는 부분은, 어지러운 침대와 풍만한 여인이샤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부분. 샤워 장면이 꽤 오래 나와서 이건 뭘까 싶었는데 그녀는 첼리스트. 악기판매상인 남자와 같이 대화하다가 그녀는 라이프치히로 연주여행을 간다고 나선다. 악기상인 남자는 처음에 나왔던 트럭기사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 트럭기사는 비오는 밤 모텔에서 바순으로 바흐를 연주 중. 악기상과 트럭기사가 악기사에 만나서 피아노 배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기사는 배달 예정인 골동품 피아노 (아마 벡스타인이었던듯) 로 또 바흐의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이 장면으로부터 수십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 같은 곡을 마치 돌림노래처럼 (그러나 화성이 맞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악기상은 고서점에 들러서 서점 주인과 시오랑의 글과 바흐 이전의 침묵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눈다. 또, 음악이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라이프치히로 떠난다던 그 첼리스트는 남자동료와 함께 정말로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에 나타난다. 바흐의 무덤에서 바흐의 후손이라는 여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시가를 피우고 있는 칸토르 빌러의 방으로 안내된다. (빌러가 진짜로 출연;;;) 빌러가 성토마스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둘을 식당으로 안내한다.


영화는 바흐의 마니피카트의 악보를 음악과 함께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성토마스합창단원들의 연주와, 승마 장면과 같이 나오던 곡, 또 마지막 부분에 다시 자동피아노 연주 등등 바흐의 음악은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간간히 음악은 없으면서 꽤 긴 시간을 차지하는 씬들도 나오는데, 감독의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바흐의 후손이라는 여인이 손님들을 빌러의 사무실로 안내한 후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소파에 좀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앉아 있다가 음악이 나오고.. 다시 잠이 든 그 여인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 또 음악이 흐르면서 피아노가 물에 떨어져 박살나는 장면. 그 이외에도 조금씩 위화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감독의 의도가 이해가 될지....?

이 영화에서는 뭔가 논리적인 흐름을 찾으려고 하면 절대 안될 것 같고, 단지 바흐의 음악과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 그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져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현대에 왔는지 그리고 현재도 계속 살아 숨쉬면서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의 시선을 그저 느낄 수 있을 뿐인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이 영화의 제목인데,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니. 한 명의 음악가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사족. 며칠 전에 본 영화를 이토록 자세하게 기억하다니 정말 기억력이 좋구나라고 생각하실 분들께 - 스토리도 없는 영화를 기억할 수 있는 머리는 영 없어서 아래 링크된 글을 참조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의 제목을 쭉 적어주신 모 클래식 동호회의 어느 고수분의 글입니다. http://cafe.naver.com/gosnc/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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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무슨 여행 블로그도 아니고.... 바이올린과 음악 관련된 내용은 별로 없고 어디 돌아다닌 이야기만 자꾸 올리게 되네요. 

지난 주에 도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추석에 홋카이도를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일본을 다녀오게 되었어요. 물론 홋카이도와 도쿄는 참 다르지요. 일단 홋카이도는 서울보다 한 4-5도 정도 더 추웠는데, 도쿄는 서울보다 5도 이상 더 덥더군요. 올해가 유난히 더운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만, 어쨌거나 도쿄는 확실히 서울보다 덥습니다; 

짧은 기간이고 빡빡한 일정 탓에 별로 블로그에 올릴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몇 줄만 감상을 적기로 하지요.

이번엔 도쿄 미드타운의 리츠칼튼호텔에서 묵었고, 컨퍼런스는 아카사카의 회사 건물에서 했습니다. 도쿄에 두 번 왔었지만 모두 포시즌즈 호텔에서 묵고 회의도 그 곳에서 했었는데 이번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록본기와 접한 도쿄 미드타운은 호텔과 상가, 식당가 등이 들어서 있는 우리로 따지면 코엑스몰 같은 곳이었습니다.

호텔 문을 나서서 도쿄미드타운으로 나가면 위 사진에서와 같은 조형물로 꾸며진 정원(?)과 둘러싼 쇼핑몰, 식당가들로 갈 수 있지요.

도착해서 동료들과 근처 인도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왜 하필 인도요리를...;;;

리츠칼튼은 그 곳의 한 건물의 45층부터 시작하는 호텔이었구요. 워낙 높은 곳에 객실이 있어서 방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좋더군요. 제 방에서 보는 야경이 꽤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에 묵었던 동료는 자기방의 뷰가 더 좋다고 하더군요^^;

방에서 본 야경. 역시 아이폰으로 대강 찍으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이건 아침에 방에서 찍은 전망. 어째 누리끼리한 것이...;;;

첫날 일정을 마치고 록본기의 교토요리 전문식당엘 갔었습니다. 매우 훌륭하더군요. 전 고기를 안먹는다고 했더니 남들 와규 먹을때 이런 저런 채소를 튀긴 뎀뿌라를 주더군요 ^^;;; 중간에 그냥 찐 채소가 나와서 이게 뭔가 했더니 교토의 채소가 좀 색다르고 맛도 있다고 일본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그날 바로 옆에 미국에서 날아 온 매우 높으신 분이 앉아서 같이 저녁을 먹느라.... 요리가 고급스럽고 멋진 것은 알겠는데, 사실 맛은 잘 모르겠더군요. ㅠㅠ

둘째날은 저녁에 야끼도리를 먹으러 간다고들 하는데, 전 다른 동료 둘과 같이 스시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무리 생선은 먹는 채식주의자라지만... 나서서 스시를 먹으러 가는 건 좀 이상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다른 분들이 스시를 먹어야 한다고 하셔서 ^^;;;;

그런데 어디가 맛집인지 전혀 알아 볼 시간이 없었던 지라...; 결국은 찾아 헤매다가 큰 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곳에 들어갔습니다. 가격이 꽤 비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기가 가장 그럴듯한 스시집처럼 보이더군요. 대충 적당한 것으로 주문을 하고, 준비되어 나온 초밥을 입에 넣었는데....... @@!! 그냥 입에서 사르르 녹더군요.

그러고 나서 보니 좀 나이드신 요리사와 젊은 요리사, 두 분이 초밥을 만들고 있었고 (아마도 부자관계?), 가게에 자리도 몇 개 안되고... 맛도 훌륭하고;; 잘은 모르지만 초밥장인의 집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

다 입에 넣어 버리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 먹기 전엔 아무 생각도 안났었.....;;;

초밥을 만들고 계신 젊은 요리사분. 다른 한편엔 나이드신 요리사분이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초밥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스시집 계산대 옆 입구입니다. 

초밥집 앞에 세워져있는 오토바이에는 위 사진과 같은 나무 상자가 실려 있더군요. 오토바이는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게다가 완전 번화한 거리에... 낡은 나무상자는 상당히 뜬금없어 보이더군요. 아마도 오래 전부터 써온 생선을 나르는 상자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홋카이도 우유빵을 판다는 제과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저녁이라 20%할인을 하는데 정말 맛나더군요. 그리고는 야끼도리로 저녁식사를 마친 다른 동료들과 합류, 가라오케를 갔습니다.

가라오케가....;;; 우리나라 노래방 같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냥 바에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른 팀이 노래를 골라서 부르면 우리팀은 기다려야 하게 되어 있더군요. 그리하여.... 다른 가라오케로 옮겼습니다; 새로이 찾아간 곳은 다행히(?) 한국 노래방 같은 곳이었어요. 거기서 꽤 오랫동안 영어노래를 따라 불러 주며 ㅠㅠ 봉사활동을 하고;; 호텔로 왔지요. 미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처럼 막 노래부르라고 강요하거나 하진 않더군요. 그냥 부르고 싶은 사람들만 줄창 부르는....; 게다가 다들 연식이 오래된 분들이라;;; 기본 20년은 된 팝송들을 부르더군요. 흠흠....;;;

마지막 날, 오전에 사무실에 들러서 잠깐 미팅을 하고 서울로 돌아왔어요. 서울은 엄청 춥더군요; 그날 저녁 아이들 학습발표회라 학교 운동장에서 공연을 보는데 얼어 죽을 뻔 했습니다. 출장가방을 들고 아이들 학교로 갔었는데, 가방에 있던 옷가지를 다 꺼내어 껴입어야 할 정도였지요. 하네다공항에선 땀도 줄줄 흘렸었는데 말이죠^^;

역시 여행은 놀러가야 제맛입니다. 출장은 힘들고 고달파요. 아무리 비싼 교토요리와 스시를 먹어도 말이지요. 다녀오니 또 일이 한 가득 기다리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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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이 계속됩니다. 도야호수에 가기 전에 들른 쇼와신산입니다. 그야말로 新山. 1943년인가에 생기기 시작한 산이고 활화산이라 지금도 계속 산이 커지고 있다는군요.

도착하자마자 일단 점심을 먹었습니다. 철판 해물 고기 볶음; (첫날부터 쭉... 고기는 제외하고 먹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해물은 먹으니 다행이었어요. 비건이었으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듯... 비건 또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절대 패키지 여행을 하면 안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식당 아래는 공예품 전시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여지없이 저런 것이 걸려 있더군요. 아... 홋카이도는 박제천국입니다. ㅠㅠ


쇼와신산 입구에도 이런 흉측한 곰 박제가... ㅠㅠ

일본 까마귀에요. 도쿄에서도 잔뜩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이 홋카이도에도 엄청 많습니다. 꽤 커요.

공예품 가게들.

그리고 도야호수에 도착했어요.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바퀴 돌고 온답니다. 지난번 마라도 가느라 죽을 뻔한 이후로 다시는 배는 안탄다고 했었는데 말이죠.... 이건 바다가 아니고 잔잔한 호수니까 타기로 했습니다^^

도야호수는 위에서 보면 도넛 모양이래요. 호수 한가운데 섬이 있다고... 아래는 큰 섬은 아니고 작은 섬입니다.

유람선엔 갈매기가 제격이죠. 이 곳에도 갈매기가 엄청 많습니다. 저는 추워서 유람선 객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아이들과 아빠들은 새우깡을 사가지고 갈매기를 부르고 놀더군요. 새우깡 많이 먹으면 갈매기 건강에 안좋을 텐데 말이죠...;



다시 하코다테로 돌아 오는 길에 들른 다시마 전시관입니다.
(아.. 지금까지 쓰면서 한군데 빼먹은 곳이 있는데 이상한 면세점이 있었어요. 블랙실리카라는 음이온 방출 광물이 들어 있는 장신구도 팔고 다른 별볼일 없는 물건들도 파는 곳이었는데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안사고 멀뚱거리면서 제일 먼저 버스로 돌아와 있었죠. 커미션은 얼마나 될까요?)

정말 다양한 다시마와 해조류를 전시 판매하고 있더군요. 꽤 그럴 듯한 제품들이 보였지만... 우린 그냥 한국 완도에서 사는 것이 나을 듯 하다는 결론을 내고 또 얼른 차로 돌아왔습니다.

하코다테에서 야경을 보기 전에 급하게 이동하면서 지나간 영국영사관입니다. 마침 결혼식을 올리고 떠나는 신랑 신부가 있더군요. 신부가 참 추워 보였어요. ㅠㅠ

그 동네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건물입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예배당인데 나름 고풍스럽습니다.

이 동네에는 예쁜 건물과 예쁜 집들이 많더군요.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조용하고... 딱 살기 좋은 동네 같아 보였어요. 야경을 보는 케이블카가 근처에 있어서 관광객도 아주 많은 동네일텐데도요.

동네 전깃줄에 앉아 있는 까마귀들입니다. 정말 많아요. 이 동네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사진도 없고 식당 이름도 잊어 버렸는데, 일본에 와서 먹은 식사 중 가장 훌륭했습니다. 나름 일본식 돌솥밥 정식인가 본데 따끈한 돌솥밥에 해물찌개도 있고... 다들 만족한 식사였지요.

하코다테 야경입니다. 하코다테산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야경을 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어요. 올라가서 보니 바로 그날이 추석날이더군요. 일본 하코다테에서 바라보는 추석달이 정말 아름다왔어요.

보름달이 비친 항구. 달빛이 은은하게 어리는 잔잔한 밤바다. 정말 한편의 그림이었습니다.



마지막날 숙소는 하코다테에서 또 꽤 털어진 시카베 로얄 호텔이었습니다. 여기도 온천호텔이었지만 노보리베츠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일단 유황냄새가 안나요^^) 약간 덜 유명한 온천인가 봅니다. 노보리베츠에서 유카타 입은 사진을 안찍어놔서 여기서 찍어봤어요.

밤에 도착해서 호텔에서의 뷰를 못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곳이더라구요;;
찾아 보니 고마가타케라고 하는 곳인 것 같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에 혹하는 편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꼭 홋카이도 동부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이건 호텔을 떠나 하코다테역으로 돌아 오는 길에 찍은 것인데 오오누마겠죠?
역시 하코다테로 오는 길...

역전앞의 시장입니다. 일본 전통시장인가 본데 생긴건 우리 재래시장과 비슷하지만 안은 놀랍도록 깨끗합니다. 해산물을 파는 곳인데 별로 비린내도 안나요;;;


시장 입구에서 아이들에게 유리병에 든 우유를 사주고 저도 맛을 봤는데 우유가 정말 고소하더군요^^

하코다테역입니다. 여기서 아오모리로 가는 열차를 타고 열차는 해저터널을 통과한다네요.

해저터널은 어떨까 기대했는데.... 잠깐 조는 사이 지나가 버렸어요. 열차타는 시간은 엄청 길었는데....대부분은 매우 지루하게 육지에 있었고 터널은 정말 잠깐이었나 봅니다. 하여간 전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모르는 채로 아오모리에 도착했어요. 세계최장 해저터널이라던데 말이죠...;;;

공항에 가기 전에 토산품 전시관인가 하는 곳에 들렀습니다. 목적은 대충 점심을 때우는 것이었습니다. 라멘가게에서 하나씩 메뉴를 골랐어요. 전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이 들어가는 라멘은 안되겠기에 메밀국수를 먹었어요. 그런데 다들 라멘보다 메밀국수가 더 맛나다고 하더군요. 조금 더 깔끔한 맛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전에 닛코에서 먹은 메밀국수만큼 맛있지는 않았어요^^; 

토산품 (농수산품?) 전시관의 전경입니다. 신기한 삼각형 건물이에요. 바로 바닷가에 있어서 한참 아이들과 바닷바람을 쐬었지요.

마침 샤미센 연주가 있었어요. 현이 3개정도 되는 기타 비슷한 현악기인데 딱 일본스러운 소리를 내더군요. 꽤 재미있는 악기인 것 같습니다.

전시관 앞 바다입니다. 하늘도 맑고 푸르고 바다도 참 깨끗하더군요. 아무리 과자봉지 하나 찾아 보려해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오모리 공항입니다. 아주 작은 공항이었지요.

이렇게 이번 추석연휴는 끝이 났습니다.

정말 수박겉햝기식의 홋카이도 여행이었긴 하지만 일단 대충 홋카이도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감은 잡았습니다. 삿포로나 오타루는 겨울에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고... 다음엔 이렇게 한꺼번에 이것저것 정신없이 보는 여행이 아니라 차분하게 보고 싶은 것을 실컷 보면서 다니는 여행으로 가야겠어요. 원래 무리하게 움직이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돌아 다니느라 피곤한데다가 연휴 끝나자 마자 회사일이 몰리니까 정말 몸살날 지경이더군요. 

그건 그런데.... 언제 또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갈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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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홋카이도 다녀온 이야기를 올려야지 하면서 시간이 꽤 흘렀네요. 연휴 끝나자마자 회사일이 몰리는 데다가 계속 피곤하더군요. 입술까지 부르터버렸어요. ㅠㅠ 그건 그렇고;;;

친정식구들과 함께 홋카이도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까지 모두 12명. 원래는 마카오로 가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홋카이도를 가보고 싶다는 제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그렇게 된 것이지요. 너무 인원이 많고 다들 바빠서 누가 여행스케줄 짤 사람도 없고, 여행비도 더 싸고 해서;;; 모여행사의 패키지에 끼어서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떠나기 직전에 여행일정을 보니 참 터무니없는 여정이더군요. 일단 이동거리가 무지하게 많습니다. 거의 종일 차만 타고 다녀야 할 정도에요. 게다가 하코다테 공항에 도착해서 한바퀴 홋카이도 서남부를 돈 후;;; 마지막날엔 해저터널을 통해 아오모리 공항에서 이륙을 하는 일정. 하지만 어찌되었건 출발을 했습니다^^;;;

쫄쫄 굶고 하코다테공항에 도착하고 (입국하는데 줄이 정말 길더군요;;) 오오누마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본 홋카이도의 첫인상은 일본답지 않게 여유로운 거리와 넓직한 쇼핑몰들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일본이라서인지;; 거리는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이더군요. 오오누마공원은 매우 큰 호수와 신기하게 생긴 화산이 있는 곳이지요.

공원 입구에는 박제된 곰들이 서있었는데, 공기좋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에서 살다가 인간의 손에 박제가 되어 버린 곰들이 상당히 안타깝더군요. 공원 안에도 박제된 동물들을 전시하는 가게 비슷한 곳이 있더군요. 꼭 저렇게 전시를 해놓아야만 하는지;;;


호수와 산의 전경입니다.

워낙 일정을 빡빡하게 잡다보니.... 한 곳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정말 짧더군요;;; 곧바로 오오누마를 떠나 노보리베츠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 아저씨는 홋카이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하고 한일관계나 일본 전반에 관한 이야기, 역사이야기, 본인의 일본 에피소드 등만 잔뜩 이야기하더군요. 이 분의 이런 식의 "가이드"는 일정 내내 계속되었습니다만.... 소심한 우리 가족들은 그냥 괴로워만 하고;;;; 못들은 척하면서 며칠을 보내고 말았지요. 교묘하게 fact와 카더라식 이야기 그리고 구라(?)가 섞인 이야기들이었는데, 너무나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것도 별로 쉬지도 않고 너무나 열심히;;;; 하여간 오오누마에서 노보리베츠까지 꽤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 밖에 보이는 풍경에 대하여 그 분이 한 말은 "저기 왼쪽에 바다입니다"가 전부;;;;

하여간 도착한 곳은 노보리베츠의 지옥계곡이었습니다. 일단 도착하니 유황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하더군요. 딱 계란 썩은 냄새. 땅에서 수증기가 폴폴 올라오는 것이 아래 사진에도 보입니다.


수증기가 올라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 수온이 약 80도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저녁이 되어서 날이 추워졌는데 손을 수증기에 올려 보니 따뜻했습니다만.... 아이들은 유황냄새 때문에 빨리 가자고 난리가 났습니다.  

노보리베츠의 온천호텔입니다. 다다미와 침대방이 같이 있었어요.

저녁을 먹고 동네 한바퀴 돌았는데,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고 거리에도 귀여운 동물이나 도깨비 모양 석상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후덜덜.... 더구나 꼭대기까지 치솟은 엔화 때문에 함부로 뭘 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몇가지 공예품들과 거리의 석상(의자?)들...




공예품을 파는 가게 앞의 나무 조각.

거리에서는 시간 맞춰서 공연 비슷한 것도 하던데;;; 대충 보다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발하면서 찍은 노보리베츠의 도깨비상입니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데 크기가 엄청납니다^^

둘째날 도착한 곳은 시라오이 아이누 민속촌. 아이누에 대한 서글픈 이야기들을 전에도 좀 들은 탓에 어떨까 했는데 별로 그다지 그런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입구와 그 뒤에 서 있는 촌장상입니다. 저 동상도 엄청나게 큽니다;;;

민속촌에는 곰 우리가 있었어요. 4-5마리의 곰들이 각각 별로 크지 않은 철장에 갇혀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오면 다가와서 과자를 넣어 달라고 합니다. 100엔짜리 과자인지 사료인지를 한 봉지 사서 곰들에게 긴 파이프 (아래 사진에 서 곰이 입을 대고 있는 관)를 통해 줄 수 있습니다. 9살에서 20살에 이르는 나이의 곰들이 그다지 좋지 않은 환경에서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먹이를 감질나게 받아 먹으면서 지내고 있는 것을 보니.... 음.. 과연 일본이 선진국인가 싶더군요.

곰 우리 앞에는 개 사육장이 있었는데, 개들은 곰들과는 달리 더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어느 TV방송국 같은 곳에서 취재를 나온 듯 한데, 곰 말고 개를 찍더군요;; 아마도 뭔가 유명한 개들인가 봅니다. (가이드는 전혀 설명을 안해주기 때문에 알 수가 없....)

입구의 촌장상입니다. 꽤 크죠?

민속촌의 아이누집으로 들어가니 공연장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아저씨... 완전히 개그맨이더군요. 한국말도 하고 일본말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설명을 하는데, 가이드아저씨가 통역한다고 서있었지만 그다지 통역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 옷은 아이누 전통복장인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입고 있다고... 업무시간이니까;; 하지만 간혹 5시 이후에도 입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오바타임이라고 ^^;;;

천장에는 연어가 걸려 있습니다. 저렇게 해서 훈제연어를 만든다더군요.

공연 모습입니다. 소박한 공연이더군요.

아이누 민속촌을 떠나 영화때문에 많이 알려진 오타루로 향했습니다. 가자 마자 점심을 먹고.

오타루에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건물이 정말 많았습니다. 식당도 그런 곳이 었는데 입구에 저렇게 고래 모형이 걸려 있었어요.

오타루운하 근처에 쭉 석조창고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요. 지금은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식당들, 유명한 과자점, 초콜릿 가게, 유리공예가게들, 오르골 전시장 같은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타루 거리에 있는 로카테이라고 하는 유명한 일본 과자점이에요. 회사 직원들에게 줄 과자를 좀 사야겠다고 들어갔는데 뭘 사야할 지 몰라서 대충 샀습니다. 나중에 일본에 사시는 플러스알파님께 들으니 버터샌드가 가장 유명하다는 군요. 음...;;;; 다음에 오타루에 가면 꼭 사야겠습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오르골가게/전시장입니다.

오르골 전시장 문쪽에 전시된.... 용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시장 내부에요. 정말 수많은 인형들, 오르골들이 가득합니다. 고양이 장식품이 너무 너무 많아서 있는대로 다 사고 싶었지만;;; 도무지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왔습니다. ㅠㅠ


오타루에서 고작 한시간 남짓 구경을 하고 ㅠㅠ 삿포로 맥주 공장 견학을 갔어요. 오타루에 너무나 예쁜 가게들이 많아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라서 아이들이 두고두고 불평을 하더군요. 시내 말고도 오타루 근처에도 볼 거리가 많을 듯 했지만;;;; 하여간 발길을 돌려야 했어요.

삿포로 맥주공장에서는 입구 이외에는 사진 촬영 금지.

입구에는 술의 신 박카스의 인형들이 술병과 함께 전시되어 있더군요.

공장 견학을 마치고 일인당 3잔씩 맥주를 시음할 기회를 주었어요. 아이들은 그냥 음료수를 마셨구요. 삿포로 생맥주가 맛나더군요^^;

공장 모형도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삿포로에 도착했습니다. 맨 먼저 간 곳은 시내의 오오도리 공원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텔레비전탑이던가? 음.. 오오도리 공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손가락으로 잡아봤습니다^^

삿포로 시내의 쇼핑몰입니다. 요즘엔 이런 식으로 몰을 꾸며놓은 도시들이 많은 것 같아요.

관람차도 있고;;;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삿포로역으로 산책을 나왔어요. 거대한 쇼핑센타와 백화점들이 역사와 이어져 있더군요.

다음날 아침 남편은 혼자 홋카이도 대학으로 산책을 다녀왔다고 하네요. 전 피곤해서....;;



저희가 묵었던 게이오 플라자 호텔입니다.

셋째날 일정은 구 도청사에요. 우리 가이드 아저씨는 역시 대충 얼버무리고 입구에 내려 주시더군요. 안에 들어가던 말던 맘대로;;; 안에 들어갔는데 러시아 물품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는 곳이 있더군요. 이건 뭔가 했는데 방 한구석에 "북방영토 반환" 서명용지가 있습니다. 흠... 어쩐지 러시아 물품들이 있더라니요....;; 훗카이도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영토로 되어 있는 섬들이 돌아 오면 꽤 이득이 되나 봅니다.

목조건물인듯 한데... 어쩐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살았을 법한 느낌이 나더군요. (홋카이도인데 말이죠 ^^;;)

그리고는 유명한 시계탑을 갔지요.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확한 시간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음..

시계탑을 끝으로 삿포로는 바이바이... 도야호수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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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오후부터 어두컴컴해진 하늘이더니 퇴근길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차가 잔뜩 밀리는 지루한 퇴근길이었는데 반포대교를 건너다 남쪽 하늘을 보니 흐리멍덩한 저녁 하늘에 선명한 무지개가 떠있었다. 완전한 반원을 이루고 있는 무지개였는데 급하게 찍어 본 사진엔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슈삐.
TAG 무지개
시댁식구들과 같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3박4일이긴 한데, 늦게 예약을 한 탓에 비행기시간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첫날은 늦게 도착하고, 마지막날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실제로는 2일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다. 

12명이나 되는 식구들이 다니는데다가 시간도 짧고 어린 아이들도 있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시댁식구들 모두와 같이 다녀왔다는데에 의의를 두어야 할 듯...

첫날 도착해서 묶은 펜션. 예약이 워낙 늦어서 호텔이나 콘도는 잡을 수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펜션들 시설이나 경관이 꽤 괜찮은 듯 했다. 첫날 묶었던 곳은 제주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통나무집이었다. 


펜션 마다 대형견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첫날 만난 애들은 중국에서 온 챠우챠우종이라고. 날도 더운데, 긴털에 좁은 우리에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저녁은 싱싱한 회. 제주산 해물이 맛난 곳이었는데, 먹느라 바빠서 사진은 거의 못 찍었다.

펜션에서 키우는 병아리. 

이튿날엔 한림공원에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쌍용굴과 협재굴도 구경. 그렇게 더운 날씨에도 굴 속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더라. 종일 굴에서 놀고 싶었다.ㅠㅠ

아래는 한림공원에 있던 거북이. 꽤 많은 파충류, 조류 동물들이 있었는데, 충분한 서식공간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보여서 역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여긴 본격적인 동물원은 아니지만, 이런 곳까지 포함해서 모든 "동물원"이라는 곳에 대해서 요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있는 중....;


오후에는 두번째 숙소로 이동하고, 아이들을 위해 해수욕장엘 갔다. 정말 너무 더워서... 어딜 돌아다니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저녁은 흑돼지를 먹으러 간다기에.... 나는 펜션에 남아서 수영복 빨래를 했다;;; 포유류와 조류는 안먹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그래서인지 요즘 너무 많은 어류와 연체동물, 갑각류 등을 먹어치우고 있는 듯...;; ㅠㅠ) 

다음날은 마라도행. 회사에 좀 급하게 돌아가는 일이 생겨서 제주에 노트북을 챙겨왔으나, 랜선이 없는 데다가 공항 이외에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없어서 아이폰으로 회사 이메일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는데... 마라도에 가는 길에 또 전화가 와서 긴급미팅이 잡혔으니 콜인하라고 한다;; 마라도 가는 배편에서 멀미에 복통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섬에 도착해서는 선착장에서 30분간 전화로 미팅에 들어가야 했다. ㅠㅠ 

제주도의 바다색은 신기하다. 짙은 남색이다가 보라색이다가 어느 곳은 쪽빛이기도 하다. 정말 파란 하늘에 솜사탕같은 흰구름에 그 오묘한 바다를 바라 보면서... 짜장면집이 모여있는 마라도 시내(?)를 바라보며 그렇게 전화만 하다가;;; 다시 배를 타고 제주로 나왔다. 

식구들은 차를 타고 마라도를 한바퀴 돌았는데... 뭐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듯..?

배타는 곳에서...

사진기를 안챙겨서... 아이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들이다. ㅎ


요건 다시 제주로 돌아왔을때 찍은 해안의 돌들. 현무암인데 파도에 닳아서 동글동글해 졌다. 검은 현무암이 동글동글해져서 바닷물에 적셔진 모습이 귀여웠다. 


점심을 먹고 조카들이 돌고래쇼를 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음.... 원숭이와 바다사자, 돌고래가 차례로 나오는 쇼였다. 매우 영리하고 인간과 교감을 할 수 있는 동물들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앞의 넓은 바다 대신에 좁은 우리에 갇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펐다. 하루 3-4회의 공연을 하고 그것을 위해서 훈련도 받아야 하는 그 아이들의 삶과 자연상태에서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아야하는 그들의 동족들의 삶... 둘 다 그다지 행복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정말 예쁘고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었는데... 과연 몇살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더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면 어떤 운명이 될지도 걱정이 되었다. 


숙소에 있는 개들. 모두 4마리인데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묶어서 키우고 있었다. 말도 못하게 더운 날이었는데 저 얇은 슬라브 지붕이 만드는 그늘이 유일하게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얘네들도 참 이쁘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숙소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고 바다까지 탁 트여있었다. 전망은 정말 좋았다. 날씨가 맑으니까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꽤 선명하게 보였다. 마라도의 건물까지 보일 정도.


숙소가 있는 마을에 있던 자그마한 커피집. 저녁을 먹고 팥빙수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급한 사정으로 가게문을 일찍 닫는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ㅠㅠ 어쩐지 꽤 근사한 커피향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 

커피집 위의 여섯난장이 인형.

마을 항구와 저녁 바닷가.



저녁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해녀 (잠녀) 공연이 펼쳐졌다. 구성진 '이어도 사나' 같은 제주민요와 해녀들의 춤이 소박하지만 정답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무료공연인데, 공연 말미에는 관객들에게 사탕도 던져 주시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노래방까지...; 우리는 공연만 보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펜션 주인아저씨가 시아버님과 동갑이라고 하시더니, 마지막날 밤에는 돌문어를 한 접시 가지고 오셔서 다 같이 술을 한잔씩 하셨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펜션일 듯 한데... 아마도 주인아저씨는 이렇게 부모님들과같이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오면 반가우신 모양이다. 

돌아 오는 날은 아침 일찍 나서서인지 그렇게 덥지는 않았는데, 점점 강해지는 햇살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내내 마치 열대지방에 있는 것처럼 뜨거운 태양과 스콜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여름에 제주를 가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더우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었다. 서울로 돌아 오니 비가 조금씩 내렸고... 그러다가 퍼붓고..ㅎㅎ 그래도 서울이 제주보다는 시원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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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레슨도 그만두고, 연습도 팽개치고 있는 와중에.... 바로크 앙상블이 드디어 시작을 해버렸다. 첫 연습은 놀러 가느라 못가고;; 두번째 연습부터 참가했는데, 강선생님과의 앙상블 연습이 매우 즐겁다. 문제는 레슨도 연습도 안하고 푹~~ 쉬고 있느라 같이 엉망인 내 실력..ㅠㅠ

그건 그렇고, 앙상블에서 바로크활을 써봐도 괜찮겠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대국산 활을 하나 사봤다. 대국산 활을 미국가게에서 사는 쎈스;;; 재질은 페르남부코이나 가격은 세관을 무사통과할 만큼 저렴하다. 미국 독립기념일 주말을 지나...  한 보름 정도 걸려서 오늘 배송 완료. 

일단, 집에 오는 모든 택배를 검열해 주시는 우리집 냥님들.. 활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는 것인지... 계속 코를 들이 대고 있었다.


고양이 제거(?) 후 찍은 사진. 아직 비닐로 포장이 된 상태.








들고 찍은 활 팁부분. 모던활처럼 상아로 된 팁부분이 없다.

이건 모던활과의 비교샷. 찬조 출연은 핑켈 실버활;;

또 몰려 드는 냥이들;;;;


팁쪽 끝부분 비교.


프로그쪽 끝부분 비교


활털에 송진을 열심히 바르고... 모던활처럼 끝부분을 잡고 ㅠㅠ (좀 윗부분을 잡아 보려고 했으나 영... 쉽지가 않다) 조금 연습을 해보았다. 생각보다 탄력이 있지만 확실히 (활대의 모양 때문인지) 가벼운 소리가 난다. 일단 활 무게도 꽤 가볍고. 스네이크 우드로 만든 활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음 연습시간에 가져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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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0062321434550507&linkid=4&newssetid=1352

아마도 학부 2학년때 였을 것이다. 김수행교수님 강의를 들었었는데, 아마 반은 빼먹었던 것 같다. (공부는 전공과목이건 아니건 다 재미없었던 시절...ㅠㅠ) 김교수님 강의도 사실은 전공선택이긴 했는데.. 그래서 더 빼먹었던가? ㅎㅎ 하여간 과목을 불문하고 강의실에 들어가는 걸 무지 싫어했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으로 번역된 '자본론I'이 나왔을 무렵이기도 하다. 지금 돌아보면 참 아까운 시절이다.

김세균교수님도 증언을 하신다니 시간만 맞으면 가보고는 싶은데;;; 김세균교수님 강의도 들었던 것 같긴 한데... 맨날 강의를 빼먹고 다니던 시절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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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축구도 월드컵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회사에서 3D로 단체관람을 한다고 해도 신청 안하고 있었다. 저번 그리스와 경기할 때에도 도윤이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 오느라 골 넣는 것은 하나도 못봤고; 뒤늦게 남편과 지윤이가 있는 반포 플로팅 아일랜드에 가봤더니 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더라. 

여하튼... 회사에서 신청한 직원이 아주 많지 않아서 직원 가족에게도 선착순으로 자리를 준다길래, 신청을 해봤다. 남편은 3D로 보는 것이 어떨지 궁금해했고, 아이들은 축구보는 분위기가 영 신나는 듯.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 데리고 나서려다가 문득 페이스페인팅용 색연필이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볼에 태극무늬를 그렸다. 옆 쪽 고양이 수염은 애교^^;


극장 안. 스낵과 맥주가 제공되었고... 
(극장 밖 코엑스 주변은 난리도 아니었다. 전철은 삼성역에 서지도 않고;; )

회사에서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을 책상에 놓아봤다. 

요건 돼지가 아니라 고.양.이. 라고 도윤이가 이야기했다. 도윤이가 학교에서 만들어 온 메모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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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다음달이면 아이폰 4가 출시되는 마당에... 8월이면 회사폰도 2년이 되어서 바꿔야하는 마당에...
꽁폰에 눈이 멀어서 3Gs를 질렀다. KT가 가격을 인하한데다가 대리점이 떨이차원에서 아예 할부금을 없애준다고 하길래... 

뭐.. 사실 아이폰4가 나와도 1-2년 있으면 또 그 다음세대폰이 나올 것이고; 전자제품이라는 것은 사자마자 구형이 되는 것이 진리이니.... 그냥 지금 싼 것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 

그나저나 전화 2대를 들고 다녀야 할 듯; 요건 수신 및 인터넷 전용. 회사전화는 발신전용;;; 개인명의 전화가 생기니까 휴대폰결제가 가능하게 되어서 기쁨...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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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다시 티스토리로 돌아왔다.

첫번째 이유는 회사에서 텍스트큐브 블로그 스킨이 다 깨져 보인다는 것.
두번째 이유는 텍스트큐브가 블로거닷컴과 합해지기로 했기 때문에 언제 텍스트큐브 블로그 서비스가 종료할지 모른다는 것.

어쨌건... shubbi.net이라는 주소로 호스팅을 해줄 수 있으면서 설치형 블로그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서 어느 쪽을 사용하던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구글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리고 나름 구글의 서비스를 꽤 좋아하는 이용자인데 여러가지로 기대에 못미치는 점이 발견되는 것이 아쉽긴 하다.

하여간, 티스토리로 다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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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

워낙 보안에 목숨을 거는 회사이긴 하지만... 개인 메일이나 게임사이트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많이 막아 놓지는 않았었는데 오늘 회사를 가보니 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일단 내 블로그에 들어가려면 사번과 회사 비밀번호를 넣어야 한다. 내 텍스트큐브 블로그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웹사이트들 또는 개인 웹사이트 등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확인을 거쳐야 하는 모양인데, 개인 목적으로 인터넷을 쓰는 것을 회사에 공지하고 싶지 않은 다음에야 사번과 비밀번호까지 넣어가면서 블로그에 접속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듯...; (그래도 사번과 비밀번호를 넣어서 확인해 주면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이준구교수님 사이트도 본인 확인을 거치니까 연결이 되기는 하더라;;;)

 

확인차 여러 사이트에 가보았는데, 일단 네이버는 된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보여주는 광고들은 모두 깔끔하게 "Forbidden"이라고 처리되어 있다. igoogle도 들어가 지기는 하지만 가젯 중에서 게임이나 메일 등은 역시 Forbidden. 다음이나 야후 등의 포털은 가능, 하지만 포털에서 신문사로 넘어가면 상당부분 다시 사번과 비밀번호를 확인하라고 한다. 다음 카페는 Forbidden.

 

그나마 네이버 카페가 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가 싶다. ㅠㅠ 이제 해결책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밖엔 없는 것인가.....ㅠㅠ

 

(얼마 전부터는 회사에서 USB사용도 금지되었고;;; 메일 첨부로 나가는 모든 파일이 서버에 기록된다. 그래... 회사에서는 일만 해야쥐..;)

Posted by 슈삐.
몇주째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듯... 그래도 워낙 주위환경이 다이내믹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화해내려면 그 정도는 무기력해져 있어야 했다....라는 변명을 해본다;

일요일 오후, 생각해 보니 음악회에 가기로 했었다. 느릿느릿 무기력해진 몸을 일으켜서 집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아서 15분만에 엘지아트센터에 도착;; 역시 느릿느릿 움직여서 표를 찾고 주차권에 도장을 받고 프로그램을 사고 등등..... 현악사중주 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아무런 기대도 설레임도 들지 않았었다.

공연 시작 전 장내 방송으로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가 나왔는데 무심코 듣다가 실소를 했다. 공연 중 작은 휴대폰 진동소리와 불빛도 연주자에게 "시련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의해 달라는 내용. 엘지아트센터의 유머감각이 향상된 듯. ^^
 
에머슨 쿼텟의 악기는 지그문토비치 제작의 악기들이라고 프로그램에 나와있었다. 어렴풋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문이 자자한 당대의 명장 지그문토비치의 악기를 쿼텟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로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진 드러커는 1686년 스트라드도 가지고 있고 로렌스 더튼도 만테가짜의 비올라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어서 사실 당일 연주한 악기가 어느 것이 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느낌상.. 드러커와 더튼 모두 지그문토비치로 연주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연주는 모차르트의 불협화음으로 시작되었다. 음... 이게 모차르트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살짝살짝 드는 연주다. 뉴요커가 연주하면 모차르트는 이렇게도 되는구나. 아니면 내가 모차르트를 너무 편향되게 듣고 있었던가...?

 

이어지는 곡은 편안한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체코인이 보는 아메리카라기 보다는 너무나 미국적인 아메리카다. 하지만 정말 맛깔나게 연주한다. 특히 비올라와 첼로의 저음부가 매력적이었다.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켈은 음악가라기 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5-60년대 미국 사업가 같은 외모로 (아마추어 첼리스트 같은 외모라는 말...) 멋진 연주를 들려 주었다. 눈이 보는 것과 귀가 듣는 것이 서로 매치되지 않아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ㅎㅎ

 

2부의 쇼스타코비치는 악장간 간격이 없이 다섯 악장이 이어서 연주되었는데 딴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 분명히 4명이 연주하는데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느낌이었다. 더구나 쇼스타코비치의 독특한 리듬감과 멜로디를 "신나게" 살려내는데... 이것도 너무 미국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그대로 또 좋았다. 쇼스타코비치 연주에서도 비올라와 첼로는 상당히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두 바이올린도 때로는 파워풀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꽤 까다로와 보이는 테크닉을 소화하면서도 딱 그들의 쇼스타코비치를 들려 주었다.

 

악기소리는 바이올린들 보다는 비올라와 첼로 쪽이 더 좋았다. 드러커의 바이올린은 가끔씩 g현 하이포지션에서 버징소리를 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의도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필립 셋처의 연주가 더 부드럽게 느껴졌고 드러커의 악기는 조금은 성마른 느낌이었다.

 

관중들의 호응에 이어진 첫 앵콜곡은 드보르작의 사이프러스를 쿼텟을 위하여 편곡한 곡이었고 두번째는 놀랍게도 베토벤 라주모프스키 3번의 피날레였다. 으윽... 이걸 앵콜로 해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노친네들이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이렇게나 파워풀하게 연주를 해주다니.... 앵콜까지 다 듣고 나니 계속 나를 괴롭히던 무기력증에서 상당히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연주를 보면서 에머슨 쿼텟은 매우 미국적인 (그것도 상당히 이스트코스트적인) 음악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어째 그 사람들이 연주하러 여기 와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일로 여기 와 있고 곧 미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ㅠㅠ 왜 그런 느낌이 자꾸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최근에 내가 미국인 연주자들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지도...;;

 

 

프로그램

 

MOZART: Quartet in C Major, K 465 Dissonant 
DVORAK: String Quartet in F Major, Op. 96 (American) 
***INTERMISSION*** 
SHOSTAKOVICH: Quartet No. 9 in E-flat Major, op. 117 
 
앵콜
 
1. 드보르작 "사이프러스" 중 3번째곡 Andante con moto 
2. 베토벤 현악4중주 Op.59 No.3 중 제4악장 
Posted by 슈삐.

그간 꾸준히 해오던 레슨을 일단 중단했다. 이유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몇달전부터 아프던 목이 너무 심해져서 한의원도 가보고 정형외과도 가봤으나, 별 차도가 없고.  종일 모니터를 보고 일하는데다가 집에 가서도 컴퓨터를 자꾸 보게 되어서 그런 것인듯하다. 그러다가 바이올린 연습을 하면 목이 더 아파지고...

 

왼손 엄지 손가락도 꽤 오래 전부터 아프던 것이었는데, 최근에 심해졌다. 정형외과에 가보니 살짝 삔 것처럼 보인다고;; 예전에 노트북에 달린 빨콩마우스를 하도 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힘을 빼야할 왼손으로 악기 넥을 너무 꽉 잡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건 통증이 좀 심해졌고...

 

올해 들어서부터, 비염도 심해지고 결막염에 안구건조증도 좀 있고 (이건 고양이 알러지인듯;)...; 어째 온 몸이 골골한다. 한 군데 심하게 아프면 어떻게 병가라도 내보겠는데, 살짝살짝 여러군데가 시원찮으니..... 아무래도 노환인가....;

 

하여간... 연습하는 것도 힘들고, 레슨받는 것도 힘들고, 일단 좀 쉬면서 몸을 회복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레슨을 중단하는 것보다 회사를 중단하는 것이 훨씬 끌리는 옵션이기는 한데;;; 그러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에..ㅠㅠ

Posted by 슈삐.

2008년에 오기로 했다가 내한이 취소되었던 이 트리오의 공연이 1년 반이 지나서 다시 기획이 된 모양이다. 당시에도 예매를 했다가 꽤 실망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엔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22일에 여러 가족들과 같이 가는 여행일정이 잡혀 버렸다. 좀 고민을 했지만, 공연 시간도 이르고 해서 끝나자 마자 열심히 가면 저녁시간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공연을 보는 것으로 강행하기로 했다.


사실 트리오 멤버 중 대중적인 인기는 아마도 엠마누엘 파위 (파후드)가 가장 높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보다는 트레버 피녹경과, 유러피언 브란덴부르크 앙상블과도 내한했고 (그 때도 피녹경과 함께) 또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같이 내한해서 정말 인상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던 첼리스트 조나단 맨슨, 이 두사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피녹과 맨슨이 바쏘 콘티뉴오를 담당하는 플룻 소나타를 연주할 수 있는 플루티스트란... 역시 굉장한 연주자로군... 이라는 생각은 첫 곡이 시작되자 마자 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한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라고 할 수 있는 플룻 소리가 연륜과 안정감이 가득찬 하프시코드와 첼로와 같이 어우러졌다. 시대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연주여서인지 은빛나는 모던 플룻으로 마치 트라베르소에서 나올 법한 부드러운 음색 (그러나 역시 화려한)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반부에는 피녹의 하프시코드 독주와 파위의 플룻 독주 연주가 있었는데, 피녹이 연주한 헨델의 샤콘느와 변주가 꽤 마음에 들었다 (원래 하프시코드 독주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님^^;;) 후반부 맨슨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도 괜찮긴 했지만 나에겐 1034번과 1035번에서 앙상블과 함께하는 첼로가 어쩐지 더 마음을 끌었다.


앵콜은 파위의 플룻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는 두 곡. 같이 공연을 본 도윤이는 첫 앵콜곡인 바디네리가 가장 좋았다고 ^^;


전날 쓸데없는 과음으로 인해;;; 두통도 좀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약간 아쉽긴 하지만, 확실히 놓쳤다면 엄청 아쉬울뻔한 공연이었다.


프로그램

 

J.S. BACH, Flute Sonata in E minor, BWV 1034
HANDEL, Chaconne and Variations in G major, HWV 435 (Harpsichord solo)
TELEMANN, Fantasie No.9 in E major,  TWV 40:10 (Flute solo)
J.S. BACH, Flute Sonata in B minor, BWV 1030

Interval

J.S. BACH, Flute Sonata in E flat major, BWV 1031
J.S. BACH,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Cello solo)
J.S. BACH, Flute Sonata in E major, BWV 1035


앵콜곡

J.S. BACH, Badinerie from Suite BWV 1067

Vivaldi, Flute Concerto "Il gardellino" RV 428 2악장


출처: 크레디아

Posted by 슈삐.

할인 특가로 구입해서 화요일에 배송을 받았습니다만, 이제야 사진을 올려 봅니다. 할인가에 온라인 서점의 포인트와 쿠폰 등을 이용해서 꽤 저렴하게 샀어요.

 

일단 커버. 요건 별매품인데 디자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ㅠㅠ 전자잉크가 보이는 액정이 약해서 커버는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좀 이쁜 디자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처음 전원을 키면 3초 정도 후에 보여지는 부팅화면입니다. 저 그림 책 읽는 아가씨 옆에 고양이가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보여지는 첫 화면. 전 원래 들어 있던 epub파일들 (한 4-5개 정도) 말고 이런 저런 이북 텍스트 화일들을 넣어 봤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묻지 마세요...ㅠㅠ

 

저희 남편 것과 비교... (랄게 뭐 있겠습니까. 똑같은데..;;;)

 

커버를 열면 손을 끼우도록 되어 있는 밴드가 있습니다. 뒤로 접어서 손을 넣으면 된다는군요. 페이지원은 만화책으로 변신....;;

 

만화책을 보는 경우....;

 

좀 더 자세한 근접샷. 텍스트 파일입니다.

 

영어 책의 경우... 더 작게 볼 수도 있긴 합니다만... 눈이 침침해서..ㅠㅠ 영어만 보면 눈이 침침해진다는...;;;

 

요건 살 때 끼워 주는 메밀꽃 필 무렵.

 

다른 책.... 역시 텍스트 파일.

 

이건 epub 파일입니다. 구입하는 이북이죠.

 

두께는 얇습니다. 아이폰 정도...? 손이 작아서 그다지 얇게 보이지 않을 수도.... 10살짜리 도윤이의 손입니다^^;;

 

뒷면.

 

스크린세이버 화면과 라라 엉덩이;;; 스크린세이버 화면은 바꿀 수 있다는데 어떻게 바꾸는지는 모르겠네요..;;;;

 

라라와의 크기 비교샷...;;

 

커버 냄새를 맡는 울 라라....

 

핸드폰과의 크기 비교.

 

두께 비교. 핸드폰이 더 두껍네요. 폴더형이라 그런듯..

 

Posted by 슈삐.
내일 출시되는 전자책 단말기 페이지원입니다. 시제품을 봤는데, 디자인이나 성능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책시장을 확대하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인지 쿼티자판이나 wifi등의 기능은 없습니다. 즉, 딱 책만 읽는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중에 wifi 기능을 탑재한 크래들을 출시할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볍고 작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가격대는 20만원대 초반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Yes24에는 234,000원으로 나와 있는데, 아마 초반에는 쿠폰 등으로 조금 더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전자책단말기에 비해 10만원-15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입니다.

시제품에 대한 리뷰와 동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서... 무지한 저의 리뷰는 생략하고 아래 링크로 대체합니다.


머니투데이의 출시관련 기사:

예스24에 나온 광고문안과 사진:

여기 말고 알라딘, 리브로,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에서도 판매를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벤트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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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타로의 피아노는 매우 독특하다. 젊은 연주자임에도 그만이 줄 수 있는 음악과 피아노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타로를 보고 들으러 간 공연이었는데, 그만.. 예상하지도 않게, 타로와 함께 온 첼리스트에게 빠져 버렸다.

프랑스 음악가들에 의한 프랑스 음악의 향연, 매우 세련되면서 섬세하고 젊은 연주였다. 타로는 이전보다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의 연주를 들려준 것 같은데.... 2부의 쿠프랭곡의 연주는 사실 이전의 연주가 더 좋았었던 것 같다.  그래도 타로만의 타건, 표현은 역시 멋졌다. 그의 피아노는 스타인웨이가 아니라 하프시코드와 모던 피아노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악기 (하지만 포르테 피아노도 아니고)같은 느낌이 든다. 한 사람의 연주같지 않게 들리기도 하고...

첼로와 듀오로 연주하는 곡들에서 타로의 모습은 케라스에 가려져서... 잘 안보였는데, 시각적으로 안보였을 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발란스가 좀 안맞았는 감이 있었다. 물론 내 자리에 국한된 이야기이니, 좀 좋은 자리에선 잘 들렸을 수도 있다. 피아노 뚜껑은 객석 중앙으로 퍼지는데, 내 자리는 왼쪽 맨앞이었기 때문에 주로 첼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듀오의 앙상블은 최고였다. 참 잘 어울리는 듀오였다.
(생각해보면, 피아노와 현악기의 듀오에서 만족스러웠던 연주들은 모두 피아니스트가 훌륭했었다. - 뭐... 현악기연주자들이 망가지면 아무리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도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 세상에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무지 무지 많아야 한다!)

케라스의 뒤티외 독주는, "세상의 모든 첼로 테크닉"이라고 할만큼 어려워 보였다. 음악은 처음 들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들으면서 저걸 어찌 연주할까 싶은 생각을 한동안 했다.

풀랑크 (난 지금까지 풀랑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모두 '풀랑크'로 적혀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불어에서 마지막 c는 발음을 한다고 했었던 듯... 아마 풀랑크가 맞을 것 같다.)의 곡들은 매우 좋았다. 처음에 가볍게 시작한 두 곡이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데 성공을 했고, 마지막 마무리의 소나타에서는 이게 바로 프랑스란다.. 라는 듯 했다.

본 프로그램은 모두 프랑스 음악이었는데, 앵콜은 모두 게르만계, 오스트리아 음악이었다. 저건 또 무슨 뜻일까... 하고 살짝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프랑스 정찬을 드셨으니 디저트는 너희들이 좀 친한 걸로 해볼께... 뭐 이런 뜻인 것 같기도 했다. 또박또박 연습한 한국어로 앵콜곡을 번갈아 말해 주고, 첫번째와 두번째 앵콜곡을 연주했는데, 세번째에서는 그냥 연주를 시작했다... 싶었더니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이다. 그런데, 이 익숙한 곡이 이 듀오의 손에서는 새롭고 신나는 곡으로 만들어진다. 슈베르트의 밤과꿈에서 끝났으면 좀 다른 느낌이었을 텐데... 마지막 앵콜에서 케라스와 타로는 크라이슬러 마저도 프랑스적으로 만들고는 연주회를 마무리 지었다.


1. 케라스의 첼로는 1696년 Gioffredo Cappa. f홀이 동글동글한 것이 연주자를 닮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악기 자체는 별로 크지 않아 보였는데, 음량도 크고, 울림도 괜찮았다. 처음 풀랑크의 곡들이 연주될 때는 악기소리가 참 밝다고 생각했었는데, 뒤로 갈수록 다채로운 소리를 소화해내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첼리스트의 훌륭한 연주 탓이겠지만.

2. 타로는 너무 말라서...;;; 타로가 훈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케라스는 정말 훈남이었다. ^^; 다행히 맨 앞 줄이라..;;;; 케라스의 옆얼굴을 실컷 볼 수 있었....

3. 타로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넘순이의 도움을 받으면서 연주했다. 피아니스트는 암보로 연주해야 한다는 동키호테적인 고정관념은 버려야... (그런데, 사실 관객입장에선... 페이지터너에게 주의가 분산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제 공연이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님^^)

프로그램: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               세레나데
Francis Poulenc                                       Serenade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              프랑스 모음곡, op.80
Francis Poulenc                                      French Suite, Op.80
   
앙리 뒤티외(1961-)                          첼로를 위한 3개의 노래
Henri Dutilleux                                          3 strophes for Cello
   
클로드 드뷔시(1862-1918)                 녹턴과 스케르초, L82
Claude Debussy                                       Nocturne and Scherzo, L82
   
클로드 드뷔시(1862-1918)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L135
Claude Debussy                                      Sonata for Cello and Piano, L135
   
   
************** INTERMISSION *****************
 
   
프랑소와 쿠프랭(1668-1733)              <클라브생모음곡>중 발췌
Francois Couperin                                   Pieces from Clavecin Suite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143
Francis Poulenc                                       Sonata for Cello and Piano, Op.143



-하이든 알레그로_피아티고르스키 편곡 버전
-슈베르트 "밤과 꿈(Nacht und Traume)"
-크라이 슬러 <사랑의 기쁨>

Rachel Papo for The New York Times (출처: NYT)
Jean-Guihen Queyras and Alexandre Tharaud The cellist and pianist, in a recital at the Frick on Sunday.

출처: LG 아트센터

Posted by 슈삐.
몇달 전부터 고기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실천에 옮기기가 참 쉽지 않다. 일단 시작이 안되서 계속... 다음에.. 다음에 하다보니 또 몇 달이 훅 지나가 버렸다. 평소에 생각을 하다가 막상 밥 때가 되어 상에 올라온 고기를 보면 외면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고기중독은 담배나 알콜 중독 보다 더 뿌리깊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점심에 또 제육볶음을 먹고..ㅡㅡ;;; 들어와 잠깐 예전에 가입해 놓은 채식까페에 들어가 봤는데, 좋은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블로그에도 링크를 걸었다.

프로그램 (캠페인) 주소: http://www.meatfreemonday.co.kr/

나같이 의지력 박약이 사람을 위해서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말아 보자는 내용. 위의 홈페이지에 간략하게 왜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는가에 대해 나와 있다. 아래는 배너.



덧.... 그런데,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은 "지구"를 위하는 길이라기 보다는 "인간" 또는 넓게는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 "지구"를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 아닌가. 46억년의 지구의 역사를 한 달로 환산해 본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은 겨우 10분 전에 일어난 일이고, 인간의 기록된 역사는 불과 5초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쨌건, 요점은.... 우리와 우리의 유전자, 우리의 동물 친구들과 그 가까운 후손들을 위한, 매우 이기적인 일이라는 이야기이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하며 대단히 박애적인 일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
Posted by 슈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회에서 이 곡들이 한번에 연주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생각해봐도... CD 두 장에 가득 들어가는 이 곡을 바이올린 혼자 무대에 서서 하룻 저녁에 모두 연주한다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일까 싶었다. 연주자에게는 그런 공연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음악적인 완성도를 떠나 대단한 일일 것이며, 관객에게도 실연으로 6곡을 모두 앉은 자리에서 들는다는 것이 무척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인 테츨라프는, 위와 같은... 마치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느끼기 위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마라톤이나, 아니면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긴 축구경기를 보려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그게 아니라고,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바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무대로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건강하고 맑은 음색을 지닌 바이올린. g단조 소나타는 의외라는 느낌이 들만큼 빠른 템포였고, 곡의 해석도 너무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낯설었다. 폭풍같이 흘러버린 프레스토 악장에서는 그 속도에 헉... 하다가 끝났고.

 

파르티타 1번에서도 속주가 계속되었지만, 그제서야 점점 그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진 소나타 2번에서는 테츨라프도 나도 이제 그의 바이올린에 완전히 적응이 되었다. 도무지 한 명이 연주하는 것 같지 않아서 계속 쳐다보았던 그의 활. 내 귀는 두 명의 연주를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분명히 연주자는 하나. 활을 무척 가볍게 잡고 있고 활 잡은 손의 모양도, 손목의 모양도 크게 변하지 않는데도 그의 바이올린에서는 참으로 다채로는 음색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빠른 악장에선 저 사람 손에는 모터가 달린게야... 라는 생각이 들도록 정신없이 흘러가게 하지만, 푸가와 느린 악장에서는 풍부하고 섬세한 느낌.

 

악기는 느낌 탓인지 무척 훌륭했지만 여전히 새악기 특유의 약간 금속성인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잠깐... 300년된 음악에 새악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어차피 음악은 그것이 몇백년된 것이어도 지금의 이야기를, 바로 지금 살아있는 연주자의 손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곧 들었다.

 

연주는 휴식시간이 지나고 난 후 정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파르티타 2번. 바로 코 앞에서 펼쳐지는 연주여서인지 다른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단조로 이어온 이 연속곡에서 비장함의 극치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곡. 전반부보다 음색은 더 훌륭해졌고, 테크닉도 놀라웠다. 앞 줄에서 봤더니... 정말 이 곡들을 어떻게 이렇게 연주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챠코나(샤콘느). 실제 샤콘느 연주를 정말 멋지게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연주를 듣다보면... 아 정말 어려운 곡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테츨라프의 연주를 들으면서도 물론 어려운 곡이구나 싶기도 했지만, 테츨라프의 챠코나는 이런 이야기였구나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옥의 티는 챠코나가 끝나고 바로 나온 안다박수.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관객들은 숨죽이면서 또 곡의 여운을 즐기면서 박수를 보내서 좋았었는데.... 너무 잘 아는 곡이 나와서 였을까... 조금만 더 그대로였으면 좋을 부분에서 박수가 나와 버렸다.)

 

소나타 3번. 장조로 바뀌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게 챠코나와 이어지는 느낌의 1악장. 테츨라프가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바로 이런 부분때문에 그는 전곡 연주를 고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푸가는 정말.... 도무지 활을 저렇게 잡고도 어떻게 저런 소릴 낼 수 있는 건지... 파르티타 3번은 이제 완전히 자신감 넘치는 페이스에 들어선 듯했다. 밝은 악장에서 울리는 그의 바이올린도 멋지고. 가끔씩 이 박자가 아닌데 싶은 부분부분들이 있었는데 초반부의 어딘가 모르게 너무 달리는 듯한 속도의 느낌이 아니라 연주자가 일부러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기 위하여 조절하고 있는 듯 했다.

 

대단한 에너지와 파워를 가진 연주자. 그리고 그의 악기였다. 시간을 두고 녹음을 한 전곡연주 음반과는 전혀 다른 "전곡연주". 테츨라프가 바로 내 코 앞에서 들려주던 바흐 이야기는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프로그램

Posted by 슈삐.
워낙 머리가 복잡한 상태에서 공연을 보러 갔더니... 영 뭘 보고 왔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후기를 쓰지 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아예 아카무스 공연을 봤다는 사실까지 잊어 버릴까봐 적기로 했다. (지독한 건망증 때문에 내가 뭘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일단, 프로그램은 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1번 C장조, BWV.1066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BWV.1052 (하프시코드 협주곡 에서 복원한 원곡) - 미도리 자일러
   
-INTERMISSION-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C단조, BWV.1060 -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 (오보에), 게오르크 칼바이트 (바이올린)
칸타타 "모든 나라에서 주님께 기뻐하며 감사하라", BWV.51 - 서예리
    
그리고 앵콜.
헨델의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 중 벨레차의 마지막 아리아 "Tu del ciel ministro eletto"
칸타타 51번 중 알렐루야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관객이 많았다. 예상을 했던 이유는... 단체예매했던 좌석이 모두 1층 앞자리로 배정된 다른 공연들과는 달리 1층 뒷자리였기 때문이다. 내가 앉은 자리 앞쪽에 아주머니들이 단체 관람(?)을 오셨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좀 착잡한 마음이 되었었다. 나도 조금 더 나이 먹으면 저 아주머니들 정도 될텐데, 저렇게 친구들과 공연 보러 다니면서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나이인데, 지금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싶었기 때문.

그건 그렇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듣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1번은 좋기는 했는데 그냥 그랬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귀도 잘 안들리고..ㅡㅡ;; 잡생각이 오락가락해서... 신나는 한판의 춤곡들이 쭉 이어지고 끝이 난 후에 미도리 자일러가 등장하여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복원한 BWV 1052를 연주했다. 공연장이 건조한 탓인지 바이올린이 좀 위태위태해 보였고 매우 기교적인 부분이 많아서 인지 아주 인상적인 연주는 아니었다. 그래도 1악장 보다는 뒤로 갈수록 좋았다.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1060번은 오보에와 바이올린이 완벽한 조화를 이끌어 낸 명연이었다. 연주자들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고, 칼바이트의 안정적인 바이올린과 명랑한 베르나르디니의 오보에가 홀을 축제 분위기로 이끌어갔다. 이어서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플정도로 반짝이는 가운을 입고 나온 서예리씨가 등장. (라식 수술의 후유증인지,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그렇게 반짝이는 것을 보면 눈이 너무 부시다. ㅠㅠ) 칸타타 51번을 불러 주었는데, 서예리씨보다는... 콘티뉴오를 이끌어가는 야프 테르 린던의 첼로가 무척 아름다왔다. 마지막의 화려한 코랄 알렐루야에서는 서예리씨의 목소리가 트럼펫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그리고 나서 이어진 앵콜곡은 서예리씨의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아주 물씬 드러나는 서정적인 곡이었다. 바흐의 칸타타 보다 헨델의 아리아가 정말 훨씬 좋았다. 마지막 앵콜은 다시 알렐루야.

전반부 보다, 후반부가 더 좋았고, 앵콜도 정말 좋았지만.... 그날은 정말 음악에 몰두하기에는 너무나 머리가 복잡했다. 그다지 진지한 인생을 사는 편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심각하게 될 때가 있는 듯.
Posted by 슈삐.
[매우 개인적인 포스팅이며 그저 잡담일 수 도 있음]



자꾸 내가 이제는 나이를 꽤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부터 어떤 일을 새로 계획한다면, 그 일의 성공 여부의 상당부분은 내가 앞으로 얼마만큼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 음.... 그런가하면.... 요즘 평균수명이 80세라는데 이제 겨우 그 반 정도 살아놓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한심한 듯 싶고.

옛날 옛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20년 전에 선배가 말하길...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네가 잘 할 수 있는 길을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했었다. 꼭 그 이야기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 쪽을 택하지 않았고 비교적 쉽게, 그리고 그럭저럭 잘 할 수 있는 길을 택했었다. 거의 20년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30년 또는 40년 후에 내 인생을 돌아 보면서 참 즐거운 인생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그것이 고민이다.
Posted by 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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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tracking을 해보니 한국에 도착하고 통관을 했다고 나왔었다. 바로 주말이라서 월요일에 오겠거니 했는데, 아침에 앙상블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커다란 소포가.....!!!

느려터진 배송 때문에 3달을 넘겨 기다렸다가 도무지 못 미더워서 캔슬하고 다시 주문한 케이스다. 이번엔 있을 만한 샾에 재고가 있냐고 확인을 하고 주문을 했다. 재고가 하나 있는데 블랙/그린이라고.... 내가 원한 Sable/Ivory 색상은 주문하면 또 두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두달이 세달되고 네달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냥 그걸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열흘만에 도착.

일단 무지 가볍다. 2.4KG이라고 되어 있는데 들어 보니 지금 케이스랑 별 차이가 없다. 악기를 넣고 들어도 가뿐하다.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주문한 모델인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일단 케이스 겉 모습. 박스를 뜯자마자 치로가 뒹굴어서 벌써 냥이 털이 더덕더덕....;;

악기를 넣기 전 모습. 나름 써티가 들어있었는데, 역시 안팔린 재고라서 그런지..... 제작일자가 6개월 전이다.;;;; 재고라고 할인도 안해줬으면서...;


뚜껑을 열자마자 빛의 속도로 달려온 치로. 스크래치를 하려고 하길래 기겁을 하고 내쫓았더니 얌전히 그냥 들어 앉아 있기만 했다.



보리까지 다가와서 육탄적을....; 서로 제 집이라고 싸우는 황당한 전개가....

모두 쫓아내고 진짜 주인을 넣어봤다. 생각보다 활 넣는 곳이 짧아서 활이 간신히 들어간다. 내 활들이 다 긴 것도 아닌데....;;;

수납함은 보기보다 넓다.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본뮤지카가 들어간다. 저 휴미스텟은 이제 별로 필요 없을 듯^^;

쫓겨난 녀석들 중 하나가 여전히 케이스 근처를 배회 중...

이불 덮은 악기.

요건 케이스가 담겨온 허접한 박스. 뽁뽁이가 잔뜩 들어있기는 한데, 그냥 케이스 옆에 들어 있었다. 케이스 보호 목적으로 넣은 것이 아니라, 사은품으로 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색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블랙커버는 아주 까맣지 않아서 맘에 드는데, 안감은 그냥 그렇다. 그래도 녹색이 무난하긴 하니까.... 별 생각 없이 쓰면 될 듯. 질리지는 않을것 같다 ^^

Posted by 슈삐.

(아래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잔뜩있어요^^; 뭐 많이들 보셨으니 크게 관계는 없을지도...)

 

 

아바타에 대한 상반된 관람평.

 

작년 말에 지윤이가 친구들과 아바타를 보고 왔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화장실을 두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고 했었다. 그 말에 확실히 여자 아이들이 싫어하는 SF액션 전쟁 영화인가 보다라고 막연히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아바타가 무슨 영화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어도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엄청날 정도의 흥행성적 때문에 주위에 본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언론에서 보수파들이 아바타를 "좌빨"영화라고 한다는 둥의 이야기가 실리기 시작하니까 슬슬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볼거리"는 확실하다고 하니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윤이를 데리고 조조를 예약했다. 갑자기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3D 표는 구하지 못했지만...

 

도입.

 

해병대출신의 퇴역 상이군인이 주인공. 일단 군인은 체질적으로 안 맞는데... 그런데 그 군인이 판도라 행성에 도착한 신삥에게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고 있는 퀴리치 대령을 보고 씨익 비웃는다. 오호... 역시 듣던대로인 모양이다.

 

그리고 등장한 나비 족.

 

영어로 Na'vi이긴 한데 한글을 아는 사람이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들이 매우... 아주 많이... 고양이를 닮았기 때문이다. 노란색의 크고 둥근 눈은 주변의 명암이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홍채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기도 하고, 적이 나타나거나 못마땅할 때는 '하악질'이 작렬이다. 꼬리는 고양이처럼 그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듯 움직이고 좁은 나뭇가지 위에서도 뛰어난 균형감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매우 민첩한 고양이과 동물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눈에 나비족이 고양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여주인공인 네이티리는 특히 더....

 

판도라.

 

이건 확실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킨다. 떠있는 섬.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과 카메룬의 CG 둘 중에서 묘사된 모습만 보자면 CG의 승리다. 아마 3D로 보면 더 멋지겠지. 그렇지만 아이디어의 원조는 지브리일지도... 아니면 걸리버 여행기...?

 

판도라의 생명체는 반짝거린다. 판도라에 묻힌 광석의 영향인지 네트워크처럼 광섬유 같은 것으로 연결된 이 별의 생명체들은 모두 빛이 난다. 묘하게도 밤에 빛나는 그것들의 모습도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떠올리게 했다. 예를 들면... 좀 뜬금없지만... 반딧불의 묘 같은...;

 

나비족 전사들이 타는 커다란 새, 이크란.

 

이크란과 나비족 전사와의 관계는 퍼언연대기의 드래곤과 드래곤라이더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크란은 단 한명의 주인만을 태우고 날아가는 데에다 그 이크란을 타려면 목숨을 걸고 다가가 교감을 해야만 한다는 점은 아무래도 퍼언연대기 삘이 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지구에서 떨어진 행성에 지구인들 떼거지로 몰려간다는 상황 자체가 퍼언연대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저 우연히 비슷한 설정들이 사용된 것일 수도 있고 카메룬이 동서양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에서 모티브를 얻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영화를 만들었거나... 사실 별 관심은 없는데, 어쨌거나 확실하게 재미있는 것들을 잔뜩모아 볼 거리들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들을 보는 것, 다르게 보았던 것을 또 다른 스케일로 또 보는 것... 재미있는 일이다.

 

스토리.

 

이 영화의 가장 취약점인 듯하다. 일단 스토리는 중세시대 영화인 "늑대와 춤을"과 거의 유사하다. 씩씩하고 꿋꿋한 "주먹쥐고 일어서"양은 여기서 고양이를 닮은 네이티리양으로 환생을 한 것인가. 하여간...; 비단 늑대와춤을 뿐만 아니라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아주 많으니까...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가 또 다른 "파워오브원"이 되어가는 장면은 정말 식상하긴 했다. 그렇게 만들어야 미국에서 흥행이 되나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ㅡㅡ;

 

그런데... 그는 다리가 고장난 인간의 몸을 버리고 확실히 우월해 보이는 나비족의 몸으로 완전히 이주하는 걸 보면서.... 당초에 그가 다리를 얻기 위해서 대령의 명령을 받아들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제이크 설리는 어찌되었건 목적을 이룬 셈이다. 덤으로 사랑도 얻고. 명예도 얻고.

 

동양적 또는 인디안적 자연관.

 

요즈음 미국 영화에서 동양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동경은 드문 일은 아니다. "에너지의 순환"이라던가 "자연을 잠시 빌려쓰고 돌려 주는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생소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토건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는 듣기 나쁘진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다.

 

 

하여간... 영화는 재미있었다. 그것도 매우 재미있었다.

 

판도라의 아름다운 숲과 홈트리가 무너질 때, 힘없는 나비족들이 네이팜탄 등등 흉흉한 무기들로 망가져 갈 때는 의도한 대로 슬프고... 에이와가 제이크설리의 기도를 들었는지 아니면 판도라 네트워크에 접속한 또다른 거주민들인 행성의 거대동물들이 반격을 하여 침입자 인간들을 물리칠 때는 역시 의도한 대로 감동도 받았다. 판도라의 기기묘묘한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을 3D로 다시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모두다 예상대로였다고나 할까....^^

Posted by 슈삐.

(스포일러는 없거나... 아주 조금 있을지도 모릅니다^^)

 

밤 12시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날이라서 극장 앞 커피점에도 사람들이 많고 영화관에도 사람이 많다. 12시인데도 자리가 꽉 찼다.

 

어릴 적에 추리소설을 꽤나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추리소설의 양대산맥은 역시 홈즈와 루팡이었다. 그중에서 더 좋아하는 쪽을 뽑으라면 난 서슴지 않고 루팡 쪽을 골랐었다. 홈즈는 어쩐지 너무 모범생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그다지 땡기진 않았는데... 지인이 보고 와서는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전우치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길래 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난 거의 20년간 추리소설을 읽지 않았었고, 셜록홈즈는 물론 다시 읽은 적이 없었다. 워낙 기억력이 엉망인 나로서는 홈즈와 왓슨, 안개낀 베이커가, 런던의 모습은 어렴풋이 생각이 나지만 중요한 모리어티 교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더구나 블랙우드는... 그런 인물이 있었던가.. 싶다.

 

홈즈 역을 맡은 배우는..... 솔리스트에 나왔던 바로 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솔리스트에서의 느낌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홈즈와도 많이 다르긴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그런 새로운 홈즈역을 아주 잘 소화했다. 싸움 잘하는 홈즈는 좀 충격이었지만...

 

그리고 원작에서 왓슨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영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왓슨이 나온다. 그는 주드 로... 약간 뚱뚱하고, 성실하지만 추리력에서는 좀 둔한 (홈즈에 비해) 평범한 아저씨인 왓슨 대신에 주드 로는 늘씬하고, 잘생겼으며, 모험도 즐기는 인물로 그렸졌다. 그런데 그것도 꽤 그럴 듯하다. 더구나 홈즈가 왓슨의 연애를 계속 방해를 하는 것을 보면.... 딱 주드 로였었어야 영화가 그럴 듯해지는 것이 맞다 싶었다.

 

소설에서는 항상 마지막에 홈즈가 범인을 지목하고 그 동안의 추리과정을 쭈욱 설명하는 반면에, 이 영화에서 범인은 확실하다. 추리과정도 찬찬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빨리 돌리는 듯 쫘르륵 설명된다.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진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서 처럼 영국 배우들이 영국적인 특유의 느긋함으로 앞에 차 한 잔 놓아 두고 느긋하게 설명하는 장면을 기대했었는데, 뭔가 스피디 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21세기의 홈즈 영화는 그런 것일까.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19세기의 산업화가 진행 중인 영국과 영국인들의 모습이다. 잔잔한 전원모습이 주로 그려졌던 영국영화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고나 할까.

 

재미는 있었으나, 내가 생각했던 홈즈가 아니라서 좀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던 영화. 집에 아이들 읽으라고 사놓은 셜록 홈즈 책을 읽어봐야 겠다 싶다.

Posted by 슈삐.

원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특별히 영화보는 것을 싫어해서는 전혀 아니고 (사실은 그 반대,,,) 늘 이것저것 관심사가 잡다하다 보니... 영화를 극장에서 볼 시간이 좀처럼 생기질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말연시에는 그동안 통 못보던 영화를 3편이나 볼 수 있었다.

 

  • 크리스마스 이브 대낮에 회사의 우리 팀에서 보러간... 그것도 무려 CGV의 스윗박스에서 본 전우치. (회사 동료들과 스윗박스라니..;;)
  • 크리스마스 당일 밤. 아이들을 외갓집으로 보내 놓고 할 일이 없어서 보러간 셜록홈즈. 밤 12시에 하는 영화인데도 매진...;
  • 그리고 지난 주말에 본 아바타. 3D가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이 2D로...ㅠㅠ

 

먼저 전우치.

 

(아래 글에는 스포일러가 조금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어릴 적에 읽었던 홍길동전, 임꺽정전 같은 고대소설의 어린이용 버전들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전우치전이었다. 읽었던 책이 계림문고였는지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어린 마음에 도술을 부리는 전우치의 캐릭터가 꽤 맘에 들었었다. 영화 전우치 광고를 보는 순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30년 전의 그 전우치전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래봐야 케케묵은 옛이야기지 뭐"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삐딱한 영웅의 이야기에다가 현대에 나타난 전우치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호기심이 생겼다.

 

워낙에 현실성 없는 판타지나 만화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아바타냐 전우치냐 묻는 회사 동료에게 오로지 전우치 예고편만 보고는 간단하게 전우치라고 대답했었다 (그 때는 아바타가 람보류의 전투영화인 줄 알았음). 크리스마스 전날 근무 땡땡이 치고 영화보러 간다는데 사실 무슨 영화건 관계없이 오케이 아닌가.

 

그런데, 이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웃고 나와서도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같이 본 사람들은 나만큼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다.

 

줄거리.... 엉성하다. 감독의 전작들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가 완벽하게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내용에 별로 개연성과 설득력없는 등장인물들도 종종 나온다.

 

CG... 그다지 훌륭한지 잘 모르겠다. 가끔 나오는 요괴들의 모습이 너무 장난감 같아서 영화의 매력에는 확실한 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 화담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끝으로 가면서 너무 흐지부지되어 버린 듯하고, 과부역인 임수정은 현대로 오면서 좀 애매모호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끝까지 그녀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는...; 신선 3총사와 초랭이는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들. 초랭이와 막상막하로 재미있던 캐릭터는 역시 전우치!

 

강동원이 나오는 극은 생각해보니 별로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잘생긴 배우들이 흔히 그렇듯, 어색한 연기와 어색한 대사를 하는 잘 빠진 배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전우치는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어떤 작품을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전우치 강동원은 딱 상상하던 그 전우치 였던 것이다.

 

보통 생각하는 영웅들과는 달리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시덥잖은 휴머니즘 같은 것도 없는.... 본인의 출세와 명성에만 관심이 있고, 도술을 부려서 자기과시하는 걸 좋아하고 스승님의 말씀은 지지리도 듣지 않는, 아주 친근한 전우치. 그리고 느릿느릿 말하고 걷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그 전우치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준 배우 강동원.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그토록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였다. (물론 그가 아주 잘생긴 배우였기 때문에 좋게 보였을 수도 있다. ^^)

 

전우치는 친근했다. 그가 부리는 도술은 부적을 가지고 노는 사기이고,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그는 거시적인 것을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바라고 좀 뻔뻔하게 잘난척을 일삼는 아주 정상적인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5백년 전이나, 자동차가 빵빵거리고 고층건물로 뒤덮인 현대의 서울 한 복판에서나 언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함이고, 바로 나의 평범함이기도 하다. 전우치는 시니컬하다. 그는 스스로의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이다. 인간세상의 평화, 세상을 망치는 요괴 박멸 따위는 일단 잘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잘난척을 할 수 있다면 또 한다. 그렇게해서 예쁜 여자를 구할 수 있다면 하고...; 하지만 전우치는 의리가 있다. 스승의 원수를 갚으려는 그의 모습이 그렇다.

 

요컨대... 그는 사실상 이 시대의 소시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전우치는 요괴 (쥐요괴도 포함^^)도 물리치고, 부적없이 도술도 부리게 되는 것이다.... (그 부분은 재미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영화가 시종일관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점과 맞닿아 있다. 또 큰 줄거리는 엉성하게 가져가면서 작은 에피소드와 재치있는 대사에 중점을 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끝까지 황당무계하게 만든 것도 (고의적으로?) 어쩐지 이 영화가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시니컬함이 썩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시간 나면 한 번 더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은 날 것 같지 않고... 나중에 TV나 동영상파일로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영화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Posted by 슈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