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위에 추가를 하자!

에릭 와이너라는 미국 NPR의 기자가 쓴 행복에 관한 에세이이며 여행기.

 

 

지겨운 도시의 소음, 매연, 하루 종일 우리를 쫓아 다니는 생존경쟁, 마음을 다독거릴 자연환경도 없는 회색의 도시... 그래서 우리는 (나는) 늘 탈출을 꿈꾼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고, 싸움터 같은 매일매일을 벗어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바로 이순간 이 도시, 이 나라를 떠나면 잡을 수 있는 것들처럼 느껴진다.

 

이런 탈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혹적인 책일 듯 하여 읽게 된 책이다.

 

기자인 작가는 더 나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말하자면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1년 간 여행을 떠난다. 미국을 포함하여 모두 10개국을 다니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작가는, 행복은 "관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의 외적인 조건을 찾아 다녔으나 결국 행복의 외적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또는 동물들)과 나와의 관계라는 것은 마치 옛날 우리가 읽었던 동화 파랑새의 이야기같은 느낌을 준다.

 

부유한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이 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행복한 것이고 몰도바 사람들은 경제난 때문에 불행한걸까?  정말 돈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카타르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렇다면 찢어지게 가난한 부탄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조금 낯선 국가들에서 출발한 이런 질문들과 여행은 (최소한 나에게는) 더 낯익은 태국, 영국, 인도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 오면서 조금씩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기자출신답게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써나가는 에릭 와이너의 글솜씨는 마치 어느 인기 블로거의 인터넷 블로그를 읽는 듯한 느낌처럼 가볍다. 사실 주제의 무게에 비해 글이 너무 가벼워서 너무나 '미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글이라... 군데 군데 걸리적거리는 구석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작가처럼 쉽게 길을 떠날 수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슈삐.

이 책을 읽으면... 삼사십대 소위 중산층 아줌마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사실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둔 사람들인데 말이다. 하여간... 그것이 이 책을 고른 이유이다.

최근에 이런 의도로 읽은 이 비슷한 책으로는 일본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이 있었는데,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 보다는 레이철 커스크의 이 책이 훨씬 더 한국 아줌마들의 삶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에쿠니 가오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보다는 레이철 커스크의 시각을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커스크의 시니컬한 표현법으로 읽힌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하는 아줌마들의 생활은 "완벽하게" 현실적이다. 그녀들의 삶에는 어떤 환상도, 어떤 꿈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녀들의 모성애는 신화가 아니며 전혀 감동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나에겐 완벽하게 현실로 다가 온다.

알링턴파크의 아줌마들은 지구 반대편 영국에 사는 사람들인데, 나에게는 무척 낯익은 모습이다. 그녀들은 내가 종종 아이들 학교에서 만나는 다른 아이 엄마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정보 수집을 하는 등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는 것 같은 그 아줌마들에게 가끔 말을 걸어 보면 뜻밖에도 그녀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녀들의 모습에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살아야 하는 지루함, 고통스러움, 갑갑함이 종종 느껴지는 것은 내가 심하게 시니컬한 인간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레이철 커스크는 이런 내 느낌과 비슷한 것을 느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그녀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소설가라면 이런 주제와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나는 긍정으로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항상 그녀들과는 빈곤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문제점인듯 하다.

사족 1 - 이 책 표지 그림은 퍽 마음에 들었다.
사족 2 - 레이철 커스크는 매우 섬세한 관찰력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작가이다. 다음엔 그녀의 다른 작품을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슈삐.
심야식당이라는 만화를 추천하길래, 그 책을 사다가 요시나가 후미의 요리만화라고 쓰여 있길래 어제 뭐 먹었어?도 같이 사 버렸다.

먼저 심야식당.... 단순한 메뉴판이지만 손님의 주문대로 만들어 지는 끝도 없이 다양한 음식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의 영업시간. 눈에 칼자욱 흉터가 나 있어 험상궂어 보이지만 너무나 친근한 주인장.

그 시간에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조폭, 게이바 마담, 가수, 스트립걸, 조연전문 배우, 성인영화 배우, 회사원, 등등... 험한 세상을 쉽지 않게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그들이 찾는 음식은 비엔나 소시지 볶음 (아래 그림 참조)에서부터 어제 만든 카레, 수박, 라면, 심지어 회에 곁들이는 무채 (그걸 먹는 사람은 첨 봤다..)에다... 베이컨... 기껏 고급요리여봤자 굴튀김 정도...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출출한 한 밤 중에 야식으로 먹을만한 바로 그런 음식들이다. 게다가 만화 속에서 그 음식들은 무지무지 맛있어 보인다.

소탈하면서도 특징있는 그림들에 밤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신주쿠를 헤매다 밥집을 찾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밥집 주인의 눈을 통해 느껴진다.

3권은 일본에서는 출시한 모양인데, 한국엔 언제 나올지...?

일본 소학당의 심야식당 소개 페이지: http://www.comics.shogakukan.co.jp/midnight_dining/index.html
(전에도 말했다시피.. 일본어는 문맹이라서...ㅡㅜ)



그리고 나서 읽은 어제 뭐 먹었어? 얼마 전 국내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아직 못 봤다. 앞으로도 볼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화는 한 두권 정도 읽어 본 듯 한데.. 잘 기억이 안남..;;;;) 서양골동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신작이라고 한다. 원래 소위 BL류의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이 책은 게이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다.

43세의 변호사인 시로. 매일 6시 칼퇴근하여 알뜰하게 장을 보고 솜씨 좋게 저녁 식사를 차린다. 미용사인 룸메이트이며 애인인 켄지와 함께 저녁을 맛있게 냠냠... 주인공이 심하게 동안에 미남인데다가 나오는 사람들도 어째 심하게 쿨하여 묘하게 현실성이 없게 느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만화이다.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라 만화는 곁다리이고 요리와 레시피가 중심인 요리책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나오는 요리들은 완전히 전형적인 일본인의 밥상이다. 덕분에 일본 음식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음식의 재료와 거의 비슷한 것들을 많이 쓴다는 점도 알았고... 하지만 정말 요리법이 다르다는 점도 알았다. 나물이나 국, 찌개 같은 것도 어쩐지 맹숭맹숭하다는 느낌이랄까...; 먹어 보지 않아도 맛이 느껴질 듯...;

이 책도 3권으로 이어지는 모양이긴 한데 또 사고 싶어질지는....
Posted by 슈삐.
최근 몇 달간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을 전혀 쓰질 못했다. 별 감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굳이 감상을 적을 만한 책들이 아니어선지 잘 모르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뭘 읽었었는지도 가물가물해서 적기가 더욱 어렵다.

영화를 보고 책이나 구해서 읽어야 겠다고 썼었는데, 책이 금방 손에 들어왔다. 4부작으로 되어 있는 모양인데, 번역본은 일단 3부까지 나와있고, 내가 어젯 밤에, 아니 정확히 오늘 새벽에 읽은 것은 영화로 만들어진 1부 트와일라잇이다. 지금은 좀 후회하고 있는 중인데... 그 책을 읽느라 오늘 아침에 잠깐 1시간동안만 눈을 붙이고 출근을 했다. 이제 그런 짓을 할 나이는 아닌데 말이다.

보통은 책이 영화보다 훨씬 좋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남자 주인공이 재벌2세에서 뱀파이어로 바뀌었을 뿐, 소설의 본질은 하이틴 로맨스 또는 미니시리즈인 듯. 영화는 워싱턴 주의 울창한 숲을 보여주는 맛이라도 있었지만, 소설에선 그런 묘사가 자세히 나와 있지도 않았던 것 같고... 옛날 브레드 피트가 나왔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를 따다가 10대 연애소설에 가져다 붙인 격이랄까.

그런데, 이런 류의 책은 가끔 세상이 복잡할 때 잡념 없애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래서...어찌되었건 난 2부와 3부도 읽어 보기로 했다. ㅎㅎㅎㅎ



어젠 졸려서 조금만 읽다가 자려고 했는데... 결국 2부를 다 읽고 잠이 들었다 ^^;;
2부는 1부보다 나은 것 같다. 일단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고, 작가의 에드워드와 뱀파이어들의 완벽한 외모에 대한 끝모를 찬양을 좀 덜했다는 점에서... 소설의 무대가 더 확장되었다는 점과 늑대 마을, 유럽의 뱀파이어 소굴 등의 이야기도 괜찮았다. 아주 창의적이진 않지만...;



The Draft of Midnight Sun from Meyer's website (http://www.stepheniemeyer.com):
http://www.stepheniemeyer.com/pdf/midnightsun_partial_draft4.pdf



3부까지는 한글판이라 하루 한권씩 읽었고.. 4권은 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일단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미드나잇 썬을 읽었고... 손에 들어온 영어원판인 4권은 이번 설 연휴에 차타고 오가면서 다 읽었다. 결국 이 시리즈를 다 읽고야 말았는데...

이것 참.. TV연속극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끝까지 보기는 봐야 겠고, 그렇다고 소설이 깊이가 있거나 매우 새롭거나 하지도 않고.. 주인공의 외모는 마음에 드나, 성격은 참으로 맘에 안드는.....;; 그래도 계속 읽어야만 하는...;; 그래도 간만에 재미는 있었다^^
Posted by 슈삐.

뒷북도 한참 늦은 뒷북이기는 하지만... ;; 어쨌거나 완결이 되어 한국에서도 마지막 권이 출간... 된지 한참되었고, 이제 실사 영화까지 개봉된 마당에, 더이상 안 보기도 뭣해서....;; 몬스터에 대한 추억도 생각나고 해서...;; 간만에 만화책을 질렀다.



그림 출처: http://spi-net.jp/ 그리고 http://www.aniguri.com/

7년 동안에 걸쳐 쓰여지고 그려진 만화를 하루 이틀 만에 읽는 것이다 보니, 줄거리가 완벽하게 빈틈없이 짜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좀 보이기는 하지만... 소문대로 대단한 만화이긴 하다. 몬스터만큼이나 재미있다. 59년생들이 초등학교 4,5,6학년때였던 69-71년과 90년대 후반의 사건들이 현재 시점 - 2000년, 2014-15년, 그리고 그 3년 후 - 의 사건들과 병렬적으로 서술되어지면서, 24권에 이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계속 반복 되어진다. 그 반복되는 이야기들의 미묘한 변화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또 화자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도 흥미롭고..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속의 관계도....이런 여러가지 장치들이 끝까지 흥미롭게 만화를 읽게하는 힘이 된다.

이야기의 소재와 얼개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우라사와 나오키의 독특한 철학이 엿보이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세심한 성격의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 그는, 정말로 내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들, 아니 사실은 나 자신이기도 한 그런 캐릭터들을 아주 생생하게 만들어 만화에 등장시킨다.

또, 주인공과 같은 세대가 아니어도, 또 일본인이 아니어도, 그들의 어린 시절, 찬란한 21세기를 상상하는 꼬마들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에게 오사카 만국 박람회가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도, 또 다른 나라의 독자들에게도 그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던 사건들이 있었고, 친구들과 그들 사이에서 상처받기 쉬웠던 감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20세기 소년은 일본작가가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것임에 틀림없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독자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어른들이 추억하는 어린 시절이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가지고 있다.

몬스터에서도 우라사와 나오키의 솜씨에 감탄했었지만... 20세기 소년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주인공이 좀 더 친근하고 일상적인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칸나가 초능력을 쓰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몬스터보다 진일보한 작품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독을 마쳤으나.... 여기 저기 아직 수수께끼들이 많이 남아서... 시간나면 다시 1권부터 읽어봐야 겠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면 모를까... 실사 영화는 그다지 보러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켄지의 밥 레넌...


그리고 T-Rex의 20세기 소년

Posted by 슈삐.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Front Cover
book cover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The Piano Shop on the Left Bank: Discovering a Forgotten Passion in a Paris Atelier
사드 카하트| 정영목 역| 뿌리와이파리| 2008.05.15 | 352p | ISBN : 9788990024817

제목부터가 매우 끌리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지은이가 누구인지를 떠나, 피아노 "공방"이라고 번역되어져 나온 이 제목은 악기와 악기 공방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묻어 나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좌안"이라는 번역은 살짝 낯선 느낌이긴 하지만 (우리 식으로 하면 파리 강남의...라고 해야 할까..?) 말이다.
Note by Note 중에서

나에게는, 파리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그들의 생활을 배워가는 이야기라는 이 책의 한 축보다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보여 주면서, 그 악기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작가의 모습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던 피아노에 대한 기억들이 줄줄이 떠올랐는데...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도 끔찍하게 느껴졌던 발표회.. 왜 나 혼자 연주하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악기를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야 하는지... 카하트처럼 나도 의문을 가졌었다. 조금 더 커서 중고등학교 때에는 혼자 방에서 피아노를 치는 시간만큼 행복했던 시간이 없었는데, 만일 그 '나만의 연주'가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첫 피아노가 계속 떠올랐다. 77년에 구입해서 아마도... 2000년 경에 처분되었던... 검은 업라이트. 사실 가끔씩 그 악기를 생각하곤 했는데, 오랜 시간 내 곁에서 나를 가장 많이 봐온 친구였다는 점에서... 그 악기를 그냥 처분해 버리는데 동의했던 일은 정말 잘못한 것이 아니었나...라고 간혹 후회를 하곤 했었다. 캐비넷을 여닫는 뚜껑 경첩에 달린 나사들이 모두 빠질 정도로 낡은 악기였지만... 조율도 자주 해주지 않고 자주 이사를 다녀서 상태도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음색은 아주 맑은 악기였다. 음색 만큼은 지금 가지고 있는 악기보다 더 좋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하지만, 우리 딸들은 지금 저 피아노를 한 20년 쯤 지나면 그렇게 추억하게 될지도...^^)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가 아닌 피아노에도 "악기병 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피아노 경매는 현악기들과는 별개로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해외 악기 경매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 옛 피아노의 사진들을 보면서 즐거워 하곤 했었는데, 악기의 크기나 운반비용 등을 생각하면 지름신이 찾아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영국이나 미국에 살고 있다면... 혹은 경매가 열리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중에 카하트가 만났던 아담한 슈팅글과 같은 악기를 만난다면... 어찌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나는 진정한 악기병 환우는 공방의 주인인 뤼크이다. 그를 흥분시키는 "꿈의 피아노"들의 이야기는 내가 꿈의 바이올린들을 보며 아쉬워하고 부러워하며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 아니 솔직히... 그보다 훨씬 더 한 듯 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카하트가 "도대체 꿈의 피아노가 몇 댑니까?"라며 놀려대는 데에 대한 뤼크의 대답이다...

"꿈의 피아노는 가져도 가져도 늘 모자라죠."

명백한 악기병 말기 환자의 선언이 아닌가!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Posted by 슈삐.


문소영 (지은이)
안그라픽스
출간일 : 2005-08-17
ISBN(13) : 9788970592572
반양장본| 320쪽| 211*153mm

그림을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은 책이다. 공부하기 싫은 게으른 그림 감상자의 선택이라고나 할까...;;; 내용의 전문성이나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저자의 블로그에서 쓰는 것처럼 시종일관 통통거리면서 가볍게 그림을 읽어 준다. 꽤 많은 서양 신화들과 이야기들을 연관된 그림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뭐랄까.... 좀 더 크고 선명한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에... 좀 더 깊이 있는 설명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중첩된다.

저자의 블로그에 가보니 유사한 형식의 그림과 글도 꽤 많이 있는 듯하다.
Posted by 슈삐.
       

신경숙 저 | 문학동네 | 2007년 05월

페이지 293 / 389g
ISBN-13 : 9788954603225

오랫만에 읽어 본 신경숙의 소설이다. 그것도 역사소설. 그러나 일반적인 역사소설보다는 읽기에 좀 더 가벼운 문체이고 그렇다고 현대소설의 분위기도 아닌 그런 소설이다.

리진은 조선말에 실존했던 궁중무희라고 한다. 신경숙과 비슷한 시기에 역사소설을 주로 쓴 김탁환의 "리심"이라는 소설이 나왔는데, 동일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신경숙의 리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역사소설로 읽기에는 리심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신경숙은 시종일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소설 속의 리진의 목소리가 그렇기 작고 그러나 분명한 느낌이었을 것도 같다. 리진은 매우 그럴법한 조선의 여인으로 그려져있다. 그녀가 프랑스 공사와 같이 살게 되었고, 그나라 말을 하고 그나라 책을 읽었으며 파리에서 프랑스 사람들과 살았어도.. 소설은 시종일관 그녀가 조선여인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콜랭공사, 명성황후, 고종, 블랑주교, 홍종우, 모파상 등 실제 리진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신경숙의 손으로 재창조되고, 강연, 서씨, 그리고 리진이 파리에서 만나게 되는 가상의 인물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 중 가장 소설적인 인물은 강연. 그의 존재가 이 소설의 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매우 낭만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어 독자들에게 절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살짝 순정만화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책의 뒷부분을 읽어 나가는 것은 항상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시작하여 서러움과 분노로 마무리 되었었다. 구한말 이전의 역사는 그렇게까지 가슴 아프게 느껴지지 않는데 유독 구한말의 역사가 서글픈 것은 그만큼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아직도.. 21세기에도 그 시절의 아픔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진은 바로 그 시대, 연약한 나라 조선의 여인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녀의 삶은, 궁중무희가 아니었어도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어도,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녀의 총명함과 외국문물에 대한 적응력이 사실 명성황후에 대한 그녀의 시종일관한 마음과의 연결이 내게는 설득력있게 보이지는 않긴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왕비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해바라기와 같은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리진이 금조각인지 금종이인지를 먹고 자살을 한 이유는... 찾아 본 바에 의하면... 왕비 시해 사건이라기 보다는, 궁중무희의 삶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극렬한 항의였다고 하는데... 그 편이 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신경숙은 그 보다는 리진의 삶에 왕비의 운명과 조선의 운명을 투영시켜 비극성을 고조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리진 푸른눈물이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서 2007년 초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김동성 작가가 삽화를 담당했었다. 위의 책 사진 옆의 그림도 그 연재 삽화 중 하나인데, 2권으로 발행된 책에도 실려 있는 그림이다. 매우 서구적인 외모의 리진이다. 연재 시에 실렸었던 그 외의 삽화들도 쭉 찾아서 보았는데, 무척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 (글에 건 링크들에는 연재 시리즈들이 있는데, 이미 출간된 책들이라...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것도 같다)
Posted by 슈삐.


파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얀 마텔이라는 작가에 관심이 생겨서 읽은 책이다. 이 책도 책장에 꽂혀 있으니 한참이나 된 책인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주인공이 하룻밤만에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에 혹하여 구입을 했던 것 같다. 워낙 만화스러운 판타지류를 재미있어하는 철없는 어른이라...;;;

얀 마텔의 세심한 묘사와 뛰어난 문장력, 그리고 문학적인 상상력은, 읽다가 깜짝깜짝 놀랄만큼 훌륭하다. 파이이야기에서도 보여 주었던 천진난만하면서도 순수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이 소설에서도 보여 지는데, 특히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는 매우 유쾌하다. 얀 마텔의 첫번째 장편소설로, 파이이야기의 전작인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 느껴진다. 많은 소설가들이 첫 소설에 자전적인 내용을 넣는다는데, 그도 그런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의 중반이후,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화자는 내가 보기에는 분명한 "남자"이다. 그가 "여자"인 동안에도 화자가 "남자"로 보이는 것은 얀 마텔이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끝도 없이 나오는 성적인 묘사들은 소설에 몰입하는데 상당한 방해가 되고 말았다. 과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남성,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심도있게 다루고 싶었던 작가의 생각은, 적어도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그러한 묘사들로 인해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흥미롭다. 지루한 묘사들을 조금 건너뛰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유치하지만 순수하며, 진심으로 자신이 바라는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품고 있는 진지한 젊은이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행복한 유아기에서 조금씩 세상에 노출되어가는 10대로 그리고 혼란의 20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보편성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얀 마텔은 어느 인터뷰에서 "셀프"가 본인이 원한 방향으로 세상에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 소설이 본인이 원한 대로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Posted by 슈삐.


얀 마텔| 공경희| 작가정신| 2004.11.15 | 400p | ISBN : 8972882437

캐나다 작가인 얀 마텔이 쓴 베스트셀러. 태평양에서 조난당한 한 인도소년의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언제 책을 샀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책장을 보니 이 책이 번역판과 영문판, 두 권이나 꽂혀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샀었는지도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놓고 읽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주인공이 "인도"소년이고... 태평양 한 가운데서 조난을 당하는 내용은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그럼 대체 왜 책을 사놓은 거지??)

그러나, 일단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자 과연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얀 마텔의 글은 21세기를 살아 가고 있는 동시대 작가의 글답게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고, 내가 생각하는 "인도"라는 나라와는 달리, 소설 속의 70년대의 인도는, 비슷한 시기의 한국이나, 또는 캐나다나 별로 다르지 않은 장소였다. 매우 종교적인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알고 있었고 힌두교신자들만으로 가득한 나라로 생각했지만, 파이의 가족들은 무신론자들이고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고, 파이는 인도에서 힌두교 이외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접하며 신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정치적인 상황때문에 인도를 떠나 낯선 미지의 나라 캐나다로 향하는 파이의 가족들 모습도 70-80년대 한국을 떠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배가 조난을 당하기까지의 이야기에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동물들과 같이 바다 위에 버려진 파이가 어떻게 행동을 하게 되는지와 연결이 되는 고리들이 가득 들어 있다. 신을 사랑하고 동물을 다루는 법을 익힌 소년 파이는 소설의 중반부 이후 펼쳐질 바다 위의 모험의 주인공이 되기에 딱 맞는 인물인 것이다.

리처드 파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파이와 같이 태평양을 건너는 벵골호랑이.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소년이 타고 있는 보트의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위의 포식자의 자리를 차지할 거대한 호랑이다. 그러나 파이는 운좋게 리처드 파커를 길들일 수 있게 되고... 소년과 호랑이는 수없이 많은 날들을 바다 위에서 보내면서 공생의 관계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과정이 놀랍기 그지 없다.

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영리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소년. 그리고 무엇보다 신 -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는 소년의 순수함은 그가 끝내 구원받게 되는 원동력이다. 그는 보트 위의 호랑이를 길들이는 방법을 깨닫게 되고, 보트 밑의 바다 속 생물들을 이용하여 생존을 해 나간다. 파이의 모험의 막바지에 만나게 되는 식충해초섬의 이야기는 그의 순수함이 불의와 타협하는 것을 용납치 않고 다시 풍랑이 이는 바다로 돌아가게 - 리처드 파커까지 데리고 -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다른 이야기.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침몰한 침춤호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려 주게 되는데,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파이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다른 버전의 조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동물은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는 보트 위의 이야기는 동물들이 등장했던 이야기와 다름없이 끔찍한 이야기이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파이는 바로 리처드 파커이다. 파이는 호랑이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건 두 이야기는 동일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휴가 가기 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휴가지에서 다 읽었는데, 숲 속에서 태평양의 동물들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바다 구경을 갔는데, 해안에 정박해 놓은 보트들을 보니.... 정말 크기가 작더라. 아마도 파이 이야기에 나오는 구명보트의 크기가 비슷한 크기일 듯 한데, 실제 보트들의 크기를 보니 보트에 탄 동물들이 얼마나 절박했을지... 파이가 리처드 파커가 있는 배에서 어떻게 같이 생활할 수 있었을지... 이야기가 마구 실감나는 느낌이었다.

일러스트판의 파이 이야기도 나온 모양인데, 나중에 서점에 가서 그림을 살펴보아야겠다. 영화도 찍는 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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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
정태남 저
출판사 : 한길사
출판일 : 2003-03-25
분량 : 334페이지
ISBN : 8935654582

단순히 어디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것들이 있고를 적은 여행기 보다는 이탈리아의 주요도시들을 음악이라는 소재로 엮어가면서 적은 여행기.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지 않는가. 건축가인 저자의 풍부한 음악지식과 그가 오랫동안 살아온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등 내가 다녀봤던 도시들은 옛 여행의 추억에 빠지게 하고... 가보지 못한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가보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여행기를 통한 최고 수준의 대리만족을 얻기에도 매우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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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감동적인....
세상 모든 부모들과, 세상 모든 아기들에게...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나의 딸들에게....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mommy you'll be."




이 책을 쓴 Robert Munsch가 읽어 주는 동화... 그리고 노래.
http://www.robertmunsch.com/playstory.cfm?bookid=40


마지막에 책을 읽던 사람들이 어머니의 날을 맞아 한 마디씩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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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다이엘 페나크 저/ 이정임 역
출판사명 : 문학과지성사
발행연도 : 2004년 04월 20일
정가 : 6,000
240 (페이지)
ISBN : 8932014965

프랑스에서 현직교사로 일하는 작가 다이엘 페나크의 에세이.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읽기 또는 독서란 어떤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릴 적 다락방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었던 그 즐거움, 곰팡내나는 오래된 책장을 뒤지며 책을 뽑아들던 설레임, 시험 전 날까지 책상 아래 책을 숨겨 놓고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의 재미, 커다란 우주를 옮겨 놓은 것처럼 느껴지던 도서관의 서가.... 논술을 위해, 독후감 숙제를 위해, 시험을 보기 위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도 이런 기억들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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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이 상당히 독특해 보여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광고에 나와 있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었다. 처음엔 사고로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해 보였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인 "박사"가 만들어 내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말았다.



오가와 요코 작
김난주 역
2004.7.5
264p
ISBN: 8957090258

이 책은 얼마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 졌던 모양이다. 잠깐 영화의 스틸 사진들과 예고편 동영상을 보았는데, 소설에서는 자그마하다고 묘사되어 있던 박사는 상당히 키카 큰 배우가 배역을 맡았던 모양이다. 또, "햇빛에 반짝이는 비늘처럼 박사의 양복에 달려있던 수많은 메모들"은 영화 화면에서는 그저 몇 개만 달려있는 것같았다.

수학자로 소수들을 사랑하던 박사... 2만이 소수 중에서 유일한 짝수라며 2가 앞장서서 나머지 소수들을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루트는 "그럼 2는 외롭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외로와 지면 잠시 짝수의 세계로 넘어가면 수많은 동료들이 있단다"라고 답한다. 숫자들, 수식들이 마치 살아있는 동물이나 식물인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사랑스러운 존재들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대화들 중의 하나이다.

누구보다 깨끗한 영혼을 가진 주인공들의 모습에 나의 마음도 같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랫만에 만난 사랑스러운 책. 아이들에게도 읽어 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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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소설이다. "히스토리 팩션"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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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해리스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출간일 : 2007-09-13 | ISBN(13) : 9788925511962  
양장본 | 464쪽 | 230*158mm


이탈리아에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로마에서만 한 이틀 정도. 두 번째에는 로마, 베니스, 밀라노, 피렌체 등... 하지만 미항으로 소문난 나폴리와 고대 로마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폼페이는 멀다고 해서 못 가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그 근방의 지도와 폼페이의 사진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소설은 폼페이가 아닌 미세늄에서 시작하고, 화산과는 전혀 관계없을 듯한 아쿠아리우스(수도국 기술직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워낙 대중의 기호를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인 작가는 아주 매끈하게,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가면서 그렇게 시작한 소설을 폼페이로 이끌어 내고 화산 폭발의 생생한 이틀간의 바로 그 현장까지 안내하여 준다.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사실 이 소설은 원래 영화화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나, 위키피디아에 가보니 고령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크랭크인을 연기하였고, 영화도 맡지 않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쓰여 있다.) 적당한 로맨스와 결말에서 주인공 남녀의 생사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 운운하며 끝내는 것도 상당히 대중영화스럽다. 종이에 글이 인쇄되어 있슴에도 불구하고 마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어 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인 것은,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뛰어난 이야기꾼임에도 불구하고 서기 79년에 일어난 이 화산폭발을 매우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도 및 자료 보기


"현대적" 해석이라는 느낌은 사실 등장인물들 때문에 온 것이다. 중요 등장인물을 비롯하여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상당히 현대적인 또는 근대적인 인물들인데, 그것이 당시의 로마제국이 지금과 비슷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이건 영국이건 어디서나 이 시대에서 만날 법한... 천박하고 잔인한 졸부, 책임감있는 기술직 관리, 강한 여성, 권력과 돈에는 약하지만 책임감은 없는 정치인들, 등등. 사실... 독자들이 소설 속의 인물을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긴 하다. 어차피 역사책이나 학술논문이 아니라 소설을 선택한 독자들이니까.....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인 가상의 인물인 듯 하지만, 플리니우스는 유명한 "박물지"를 쓴 실존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당히 로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건가?) 그가 아쿠아리우스인 아틸리우스를 폼페이로 보내고, 또 같이 배를 타고 스타비아이로 가 아틸리우스가 다시 폼페이로 들어가게끔 만들기 떄문에, 이 소설에서 사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말 그가 화산이 폭발했을때 배를 띄웠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조카인 가이우스 (소설에도 나오는)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그의 삼촌은 정말로 화산을 관찰하기 위하여 바다로 나갔고 실제로 화산 폭발 이틀 후인 8월26일 잿더미에 묻혀 질식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삶에 대한 욕구보다 더 강한 탐구정신이라니...

다시 이탈리아를 가게 되면, 크레모나를 비롯한 북부지역을 돌아 보고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역시 폼페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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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구입한 두 종의 바흐 전기의 일독을 마쳤다. 첫번째 바흐 전기인 포르켈의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1802년)이라는 작은 책과, 바흐 전문가로 작년 바흐페스티벌에 한국을 방문했었던 크리스토퍼 볼프의 책 (2000년)이다.

특히 볼프의 책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읽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제는 Johann Sebastian Bach, The Learned Musician - 바흐의 음악과 삶에 딱 어울리는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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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책 소개는 번역서를 발간한 한양대학교 출판부에서 가져왔다.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음악연구소 파르나스 총서 01]
저 자: J.N.Forkel 저 강해근 역
쪽 수: 236면
크 기: 신국판변형(양장)
발 행 일: 2005.05.18
가 격: 12000원



이 책은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며 흔히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에 관한 첫 전기이자 음악사의 첫 번째 평전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을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발을 기획한 강해근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1802년에 독일에서 출간 당시 저자인 포르켈이 바흐의 두 아들로부터 직접 들은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바흐에 관한 1차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재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제2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음악계의 거장 바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이때에 음악가의 전기가 별로 없는 우리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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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1) [음악연구소 파르나스 총서 02]

저 자: 크리스토프 볼프 저/변혜련 역
쪽 수: 454면
크 기: 신국판
발 행 일: 2007.10.24
가 격: 20,000원


요한 세바스찬 바흐 (2) [음악연구소 파르나스 총서 02]

저 자: 크리스토프 볼프 저/이경분 역
쪽 수: 480면
크 기: 신국판
발 행 일: 2007.10.24
가 격: 20,000원


이 책은 현재 바흐 연구의 최고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대 크리스토프 볼프 교수의 저서를 2007년 최신 발굴 정보까지 반영하여 번역한 것이다. 바흐가 음악가로서 이룩한 업적이 학자로서의 끊임없는 학문적 노력과 탐구의 산물임을 조명하고 그 천재성을 좀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적 결과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동시대의 여러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즉 철학, 신학, 문학, 논리학, 수사학, 물리학, 음향학 등등)과 음악의 상호연관성을 강조하고 바흐가 수행했던 직무의 정치적, 종교적, 기능적 상황이 작품에 끼친 영향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자칫 감상과 낭만적 정서에 쏠리기 쉬운 음악이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음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여러 인문과학 분야의 학생들과 학자들은 물론 음악을 사랑하고 탐구하는 일반 애호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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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책 또는 영화의 줄거리 또는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짜로 영화예매권이 생겼었다. 겨우 1장이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추가로 3장을 더 사서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낙점된 영화가 황금나침반. 조카까지 아이들 3명을 데리고 갔는데, 도윤이는 무섭다고 울고.... 3-4학년인 아이들은 아주 재미있게 봤다.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이 갔던 나는 영화가 결말이 모호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끝나버리자 좀 황당해 졌다.

집에 와서 좀 찾아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원작이 필립풀먼의 3부작 소설이고, 영화화된 것은 1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콜터부인이 정말 라이라 (영화에서의 발음)의 엄마인지 아닌지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책을 주문해 버렸다.

주문하고 3권을 모두 읽는 동안,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찾아 봤다. 나니아 연대기의 기독교적인 세계관과는 거의 정반대적인 입장에서 쓰여졌다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본 나로서는 어떤 면이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카톨릭 쪽 어디선가는 영화가 개봉되면 반기독교적인 책의 판매와 영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영화 개봉도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책 내용의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국판 표지 (1995-2000)
Image:Hisdarkm.jpg

미국판 표지
Image:HisDarkMaterialsUS.jpg

한국판 표지 (2007)
(원래 1998년 또는 1999년에 출간되었으나 절판되고, 2007년 영화 개봉에 맞추어 재발간되었다. 원래 책의 표지는 저런 영화의 장면이 아니었을 텐데,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1권을 다 읽고 보니 영화는 책과 너무나 달랐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아예 영화화되지도 않았으며, 이오렉 버니슨과 이오푸르 락니손의 싸움 장면과 볼반가르에서의 도주 장면은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콜터 부인이 말하던 마지스테리움은 교회를 말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영화 보는 내내 알 수가 없었고, 고블러로 불리우는 성체위원회도 종교단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알 지 못했었다. 슬슬 왜 이 영화가 반기독교적인 영화인지 알 법했다.

2권에서는 우리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윌이라는 남자아이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동화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법한 캐릭터다. 아버지가 실종되어진 아이이고 친구들에게 왕따도 당하는, 그러나 용감하고 책임감있는 소년. 또 다른 주인공인 리라가 일반적인 기준의 주인공의 성격에서 약간씩 어긋나 있는 점과는 좀 대조적인다. 리라는 용기있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겁이 없어 보였고... 거짓말을 너무나 잘하며.... 좋은 편인지 나쁜 편인지 판단하기 힘든, 이상한 부모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2권에서 약간 힘이 빠졌던 이야기는 2권 말미에 윌이 아버지인 존 패리를 만나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3권은 확실히 이 시리즈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리고 책이 종결에 다가가면서, 이 책은 단지 은유적으로만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또 기독교의 어떤 부작용을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 졌다. 작가는 근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책의 말미에서, '신'이라고 불리우는 천사는 너무 오래 살아 외부공기에 접촉하여 녹아 버렸거나, 색을 탐하다가 어두운 구멍에 빠져 죽어 버리고 만다. 작가는 오랫동안 서양 사람들의 뇌를 지배해 온 기독교 중심적인 세계는 독재자들의 세계였고 광기에 빠져 있는 迷妄의 세계였다고 말한다. 

또, 이 책의 중심소재인 "더스트", "스라프", "섀도우" 또는 his dark materials은 이성을 가진 동물의 주위에서만 흐르고 있으며, 인간 또는 이성을 지닌 동물의 이성적인 활동을 통하여 더 증가하기도 한다는 점, 물리학 또는 실험신학의 힘을 줄곧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윌과 리라의 사랑의 힘으로 뮬레파 부족의 세계에서 더스트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는 점 및 콜터부인이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점... 이런 점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성의 힘을, 사람의 사랑의 힘을 믿고 있는 신인본주의자인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낡은 세계와 싸우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니....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프리메이슨적인 신념으로 이성의 힘과 밝은 세계를 찬양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중세의 어둠과 교회의 압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자신감과 스스로의 힘에 감탄하고 있던 근대인들의 모습이 바로 저것 아니던가?

필립풀먼은 이 책에서 내내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점, 그리고 영화의 큰 매력이 되기도 했던 것은 데몬의 존재. (심지어 영화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접속하여 몇가지 설문에 응하면 자신의 데몬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팬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화에도 나오는 갑옷을 입은 곰, 마녀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세계의 다양한 버전들. 천사, 뮬레파부족, 스펙터, 저승의 묘사, 갈레스피부족인들....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상상하여 만들어 내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영화를 보고 1권만 읽고 났을 때는 아마도 이 영화는 해리포터처럼 2부, 3부로 이어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제가 너무나 불경(?)스럽고, 더스트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3권까지 다 읽고 나니 영화로 만들면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G로 온통 뒤덮혀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1부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를 해볼만 한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지윤이가 엄마 읽는 것을 보고 자기도 읽겠다고 나서는데... 말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 잔인한 장면이 많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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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앨버트 칸 (Albert E.Kahn) 지음, 김병화 옮김, 파블로 카잘스 구술, 한길아트

80-90년대에 한 번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책이 2003년 한길아트에서 다시 나왔다. 책값은 당연히 비싸졌고.... 예전에 나왔던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그 책이 인용되어 있는 글들을 간혹 보면, 당시의 번역보다는 현재 이 책의 번역이 더 부드럽고 실제로 카잘스가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기대없이 일반적인 음악가들의 자서전 또는 전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마치 잠언을 읽는 것처럼 구절구절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카잘스의 명언들로 가득 차 있었다. 1969년 정도에 앨버트 칸이 카잘스를 인터뷰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일들이 시대순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최근의 일들과 최근의 그의 생각들 - 2차대전과 그 후의 활동들 - 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책의 내용이 모두 카잘스의 구술이라면, 그의 기억력은 아흔세살이라는 나이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그는 긴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은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르게 음악 이외의 것들과도 많이 얽혀 있었다. 그가 에스파냐의 카턀루냐 출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20세기 초를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용기있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러했었다. 단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의 한 꼬마였던 카잘스는.... 처음에는 첼로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훗날에는 그가 보여준 신념과 의지로 조국의 동포들에게 힘이 되고, 유럽과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인이 된다.

참혹했던 에스파냐 내전과 2차대전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평탄한 음악가의 길이 되었을 지도 모르고, 그는 고향을 죽을 때까지 돌아가 보지 못하는 운명이 되지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 21세기에도, 또 훗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념을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산다. 어떠한 이념이나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는 왜 그러했는지를 잊고 결과만을 받아 들이곤 한다. 또 어쩌면 애써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면서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죽기 불과 몇 달전까지 연주회를 가졌던 첼리스트. 매일 아침, 바흐로 온 집안을 축복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경건한 사람. 사람들을 좋아했던 다정다감한 연주자. 그리고 전쟁들 속에서 살아 오면서 더욱 간절히 평화를 바라게 되었던 휴머니스트.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노첼리스트, 카잘스는 책에서 강한 어조로 세상에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들 하나하나가 놀랍고 유일한 기적과도 같은 존재임을 알려 주어야 하고, 모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은 기적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래서 똑같은 기적인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서로서로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고. 그래서 이 세상을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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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장현
196p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꽤 되었다. 아마 고클래식에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비록 독자층이 두껍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색다르고 흥미있는 주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오래된 도이치그라모폰의 LP세트에는 재미없게도 연주자들의 사진이나 작곡가들의 얼굴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음반들일 수록 회화작품들이 커버에 실려 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갈수록 음반디자인에 세련되어 지는 듯하다. 그 그림들이 명화인지는 워낙 그림에 아는 바가 없어 잘 모르긴 했지만, 재미없는 음악가들의 사진들 보다는 (물론 연주자가 훈남일 경우는 제외...) 커버에 이쁜 그림들이 들어 있는 것이 좋긴 했었고... 음반회사가 음반디자이너를 고용한 보람이 있을만큼이나, 더 손이 갔었다. 

책은 아주 쉽게 읽혀진다. 작가는 인터넷에 실렸을 법한 투의 문체로 (실제로 고클래식에서 연재된 글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글을 써 나가서 편안하게 앉아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감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책에 나와 있는 음반들을 같이 들으며 읽으면 좋았겠지만...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기 때문에 음악을 같이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음악을 상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음반구입 시에 참고가 될 만한 음반도 꽤 있었다.

그림과 음악,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음악과 그림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의 책이 되리라고 예상했었는데, 상당히 그 의도에 걸맞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알아 보았을 과정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은 넓고 음반은 많으니, 다음에 그림이 있는 음반을 만나면 스스로 리서치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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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상하권 두권을 사왔었다. 그러니 이 책들은 꽤 오랫동안 우리 집 책장에 꽂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거의 7년간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제목이 무엇이건 내용이 무엇이건 나는 황석영의 소설을 읽고 싶지 않았다. 그의 글은 1987년, 내가 고3이던 그해 여름부터 긴 시간 동안 나를 지배했다. 80년 5월 광주항쟁의 기록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나서 부터 였다.

고3 때 읽었던 황석영의 광주기록과 이어 읽게 되었던 전태일평전으로 나는 당시가 얼마나 어두웠던 시대였다는 것을 알았고... 그 해 6월의 길거리에서 항쟁을 눈으로 보았었고.. 그 해 겨울엔 이미 선거가 얼마나 민중을 배신할 수 있는 사기놀음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었다. 80년대의 막바지에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88년부터... 89년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그 시대의 싸움꾼들과 만났었다. 편안하게 성장했었던 나에게 대학생활과 내가 자의로 타의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책들, 사건들은 충격을 넘어서 상처가 되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길게 가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렇게 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앙도서관과 대학본부 사이의 아크로폴리스에서 89년 11월에 힘차게 울려 퍼졌던 감동적인 인터내셔널가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노래였다.

그 시절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현우가 갇혀서 보낸 18년. 한윤희가 밖에서 보낸 또 그만큼의 세월만큼이, 아니 그 보다 더 긴 세월이 흘렀나 보다. 이 책이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여전히 상처가 아파서 건드리고 싶지 않았었고... 또 아파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고 힘들고 그랬었기도 했다. 그러다가는 잊어 버렸다.

며칠전 인터넷에서 오래된 정원이 영화로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영화를 찾아서 봤다. 별다른 생각없이, 아마 영화는 책보다 가볍겠지 하면서... 본, 이 영화는 지진희의 어색한 연기와 염정아와 감독의 지나친 표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 책을 다시 찾아서 이제는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는 내가 알고 있는 황석영의 작품은 아니었고, 어딘지 모를 어설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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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왼쪽을 향한 옆얼굴 (자화상) 1938

책을 다 읽고 나니 임상수 감독이 원작을, 내가 읽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독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긴 소설을 겨우 한 두 시간의 영상으로 옮겨 놓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나는 영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으련다.

나는 오현우도, 송영태도 더구나 최미경 보다는 한윤희 쪽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나마도 상대적인 비교가 되겠지만... 실제로 그 당시에, 넌 너무 리버럴해...라던가, 2호선만 타지 말고 1호선도 타보지 그래...라는 말 따위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도 오래된 정원의 등장인물들처럼 살 지는 못했었다. 70년대 학번과 80년대 학번의 차이인가? 그들은 아주 쉽게 자신의 20대를 넘어섰던 것 처럼 보인다. 물론 다들 힘들었던 면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고, 또 정말 쉽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8만원짜리 음악회에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결심했었고, 모두가 같이 듣지 못한다면 다시는 클래식을 듣지 않으리라 결심하기도 했었다. 이젠 20년 전의 일일 뿐이지만...

나는 이 소설을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읽지는 않았다.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임상수 감독이 그린 것 처럼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80년대와 90년대에 대한 이야기를, 세기가 바뀌는 시간에 종이에 적어 넣고 싶었을 것이다. 혁명은 아스라해지고, 대립은 모호해지고, 이상과 이념은 더럽혀지는 시간 속에서 담담하게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나처럼 정리되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황석영처럼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할 수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켄로치 감독의 1995년작 랜드 앤 프리덤을 본 적이 있다. 1995년에 스페인전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다니... 아니 그래도 21세기보다는 스페인전쟁을 이야기하기에 더 나은 시기일지도 모르지... 1995년이라면 그러한 이야기가 적어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 1995년의 랜드앤프리덤에서는 손녀가 죽은 할아버지의 동지들과 할아버지의 무덤가에서 윌리엄 모리스의 시를 읊을 수 있었지만... 오현우는 지금 동지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도 다만 서글플 뿐이 아니던가...

그래서 등장한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부드럽다. 2000년에 탈고한 소설답게... 80년대처럼, 90년대초반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겠지.  세상을 향해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않으며 우리는 이렇게 살았었다라고 부드럽게 이야기 한다. 오현우처럼, 또 한윤희처럼, 한윤희의 동생처럼,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정말 살고 있었던 사람들처럼 숨쉬고 있고, 자연스럽다.

한윤희가 독일에서 가지고 있었던 케테콜비츠의 자화상. 위에 가져다 놓은 그림 말고도 콜비츠의 자화상이 많아서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 케테 콜비츠의 그림들을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이제 과연 이념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고통받는 민중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다면, 또는 어떠한 해결책도 생각해 낼 수 없다면... 그저 가슴 한켠에 쌓아두고 지난 7년동안 이 소설을 외면했듯이, 질문 자체를 외면하면서 사는 것 밖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마 사십이 넘어서도 계속 나는 이런 질문을 가끔씩 던지면서 지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게 가장 예민했던 시기에 그 어두운 시절의 막바지에 서있어야 했었던 세대의 최소한의 의무이며 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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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Vous plaisantez, Monsieur Tanner
장폴 뒤부아| 김민정| 밝은세상| 2006.04.13 | 216p | ISBN : 8984370711

어떤 책이 재미있을까 인터넷 서점을 둘러 보던 중, 엄청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이야기라는 말에 혹해서 구입한 책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 시댁에 들고 내려갔던 3권의 책 중에서 유일하게 읽고 온 책이기도 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낮동안엔 읽을 시간이 없기도 했고, 이동 중이나 밤에는 몸살 기운 때문데.. 끙끙 앓느라 심각한 내용의 책을 읽을 기분도, 기운도 아니었다.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도 몇 글자 되지 않았고, 책도 그다지 두껍지 않아서 펼치고 나서 금방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살 당시에는 무슨 내용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산 터라.. 책을 열고 나서야 이 책이 집을 고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나라나 건축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힘든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윗집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우리집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 초짜 돌파리 업자도 생각이 나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엉터리 외국인 기술자들의 이야기는 타네씨, 또는 작가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시선을 보여 주는 듯도 했다. 프랑스 주류 백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생각을 보여 주는 듯한 그다지 곱지만은 않은 눈길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사실적인 묘사일 수도 있고... 책의 가벼운 분위기와 내용으로 판단컨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여... 이해해(?) 주기로 했다. 우리가 중국산 제품을 우스개로 삼듯,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이삿짐 나르는 것에 대해 이리 저리 불평하는 것 처럼 프랑스인들도 그들 나라에 온 외국인들을 그렇게 느끼고 있겠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서 남편이 묻는다. "이 책 샀어?" "응." "난 읽었는데." "어떻게?" "작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헉... 생각해 보니 도서관이라는 좋은 곳이 있었다. 왜 그걸 생각 못했을까... 슬슬 책 값이 아까와 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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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들랄랑드 저
권수연 역
황매
2007. 4. 16 간
576 페이지

여름도 되고, 뭔가 시원한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기도 했고 여러 서평들도 눈에 띄고 해서 쉽게 이 책에 손이 갔다. 내가 보통 선택하는 책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소설이긴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18세기 베네치아. 1756년... 그 해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2005년초, 겨울에 갔었던 베네치아의 풍경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물의 도시, 축제의 도시, 타락과 퇴폐의 도시인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과 정치적 음모가 소설의 소재이다.

소설에 등장한느 9번의 살인, 죽음 중 처음의 몇 번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잔혹하다.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엄청난 하드고어무비가 될 듯 하다. 살인마는 그야말로 '지옥'을 연출하고 있는 듯했다. 단순한 살인광의 살인으로 보였던 소설의 전개는 점점 정치적인 사건으로 변해가고, 표적은 베네치아의 고위관료들과 총독이 된다.

그러나, 단테의 신곡의 내용에 따라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악마, 일디아블로의 행동은 이 모든 것의 배경이 정치적인 이유라고는 믿어지지 않았고.. 결국 소설의 끝에서 일디아블로의 존재와 그의 목적이 밝혀지게 된다. 반전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만... 아주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었던 듯도 하다^^

소설은 매우 끔찍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퇴폐적이다. 베네치아의 창녀들, 동성애자들, 축제에서의 난잡함 등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피에트로나 캄피오니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묘사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다. 작가는 진실한 사랑에 대해 쓰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저건 무슨 장치일까.. 라고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피에트로 비라볼타는 그야말로 영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영웅의 모습이다. 뛰어난 기지와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역시 퇴폐적이고 난잡한 베네치아를 닮아 있다. 그는 실제로 이 지옥기행을 하고 있는 단테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일 디아볼로를 끝장내는 데에 성공을 하지만, 할리웃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정의"의 편은 분명 아니다.

나에게 이 소설은 세간의 평처럼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않았고 너무나 스릴있지도 않았는데... 사실 원래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설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한 악의 묘사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베네치아의 퇴폐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싶은 것일까? 지옥처럼 보이는 세상을 비웃고 싶은 것일까? 그 모든 것을 배경으로 피에트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걸까? 내가 너무 소설을 소설로 읽으려 하지 않는 건가?ㅡㅡ;;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이태리를 가보고 싶어졌다. 일디아볼로를 쫓아서 가게되는 피렌체도 다시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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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 김난주| 북스토리| 2006.07.14 | 206p | ISBN : 898967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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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반쯤에 자려고 누웠다가 옆에 있는 책에 손을 뻗쳤다. 글씨도 큼직큼직하고 페이지 수도 얼마 안되어서 금방 읽을 것 같더라. 그만 읽고 잘까, 다 읽어 버릴까.. 계속 갈등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왜 사 놓았는지, 언제 샀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어떤 다른 책을 샀는데, 같이 딸려온 책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든다.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도, 인어수프라는 제목도, 책의 내용도 생소하다.

어쨌든, 몇 장 안되는 얇은 책을 결국은 다 읽고 잤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보니, 도무지 작가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문체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일본 소설 같은 느낌도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 소설은 사실 주인공이 발리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몇 명의 흥미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와양과 토니. (사실은 작가를 한다는 주인공이 더 재미있는 캐릭터이긴 하다)

주인공, 와양, 토니, 그리고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일본인 유부남. 그들의 사랑과 성애의 방식을 그리면서도, 그들 사이에 "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을 그리되 관계를 그리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소통은 토니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완전히 막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본 소설스러운 점은 있긴 하다.)

소설의 결말은 소년의 죽음이다. 왜 토니가 거기서 죽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확실히 토니를 통하여 또다른 사랑의 방식을 배운다. 토니가 죽지 않아도 주인공은 이미 실연의 아픔은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토니가 서핑 중에 바다에서 죽는 모습은 그의 사랑이 자연을 닮아 있고, 자연을 닮은 존재인 토니가 자연과 일체가 되는 (그래서 인어수프가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관계가 없다는 것은 소설의 배경이 발리라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인인 주인공은 발리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완전한 이방인이다. 그녀는 (일본에서도 자유롭게 살았겠지만) 발리에서 지극히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더 이상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 발리의 축제 때, 주인공은 와양의 집을 방문하는데, 그녀와 와양의 식구들은 호감을 갖고 있기는 하나, 와양의 없으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관계불능의 상황들은 그녀가 발리에서 자유로은 성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아무런 얽매임 (관계는 서로를 구속짓는 다는 점에서 얽매임이다)이 없는 소설과 같은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책 뒤에 다른 일본인 작가가 달아 놓은 서평에서, 그는 야마다 에이미의 자유롭고 당당한 성애의 묘사와 사랑의 방식을 부러워 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사랑의 방식이 오히려 속물적이며, 야마다 에이미의 방식이 오히려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것. 하지만, 그녀의 방식이 가져오게 될 파장은... 그녀가 소설 속에서 그린 관계가 없는 진공의 공간에서나 물결치지 않을 것이다. 관계로 얽혀 있는 사회에서는 파도가 쓰나미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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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1일, 7권의 발간일 오후에 책이 배달되어 왔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일단은 미뤄 놓고 시간이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름휴가.

앞부분부터 읽기는 했지만, 결국은 마지막 페이지를 들춰 보고야 말았다. 마지막 문장은 scar가 들어있지는 않더라.. "All was well". happily ever after와 비슷한 동화적인 결말인가 보다... 19년 후에 해리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 책을 읽으니... 긴장감은 훨씬 줄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읽은 책은 영국판, 607페이지. 미국판은 759페이지라는데.. 내용이 많은 건지 글자가 큰 것인지는 모르겠다.

7권은 앞서 나온 책들 (특히 5, 6권)에서 해리 주변인물들의 과거가 심도깊게 파헤쳐지는 데에 비하여 그런 미스테리적인 부분은 많이 줄어 들었고, 거의 시작부터 deatheater들과 order의 전투 장면들이 나오는 등 액션 장면이 많았다. 영화로 만들면 전작들보다 더 성공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루나굿의 아버지, 그린고트 습격을 도와주는 고블린 그리푹, wand 제작자인 올리벤더 정도...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들이 전보다는 덜 배치되어 있어서 인지,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평이하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Deathly Hallows의 존재와 Horcrux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7권에서 중요한 내용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Deathly Hallows는 Elder wand를 제외하고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 invisible cloak은 1권부터 쭉 이용되던 것이라..별로... - Horcrux는 6권에서 찾고 있던 locket을 찾는데 집중되어 있었고, 나머지 Horcrux를 찾는 것은 뒷부분에서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버려서, 궁금증이 유발되기 보다는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 그쳐 버리게 되었다.)

거의 끝까지 궁금했던 것은 덤블도어가 정말 6권에서 그렇게 어이없이 죽었던 것이 맞는지, 스네이프와 덤블도어의 비밀은 무엇인지 하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책의 끝부분에서 밝혀지게 된다. 롤링도 이 스네이프와 관련된 부분을 시리즈에 걸쳐지는 가장 큰 비밀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6권 이후로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무성했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엄청나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던 듯... 열심히 플랏을 짜서 책을 썼던 롤링은 이 점이 아쉬울 것도 같다.

마지막 호그와트 전투 장면까지는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던 소설은 마지막 두 챕터에서 상당히 묘하게 진행이 되었다. 해리가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를 받고 쓰러진 후, 꿈인지 뭔지 모를 공간에서 덤블도어를 만나는 장면, 덤블도어는 해리가 죽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돌아가지 않는 다면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애매모호한 이런 장면들은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덤블도어의 기나긴 이야기들이다.

아.. 사실 그 전 챕터에서 스네이프가 죽고, 그의 기억을 해리가 펜시브에 담아 보는 것부터 롤링의 긴 설명이 시작되고 있기는 했다. 물론, 이 부분은 스네이프의 그간의 행동과 덤블도어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늘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작가의 입으로 꼭 이렇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하는 아쉬움.

마지막 챕터에서 볼드모트와 해리가 마지막 결투를 하는 장면은... 더이상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모두를 설명해 버리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 해리는 현자처럼 볼드모트에게 차분히 왜 자신이 승자인지 그리고 볼드모트가 죽을 것인지를 꼼꼼히 설명해 준다. 상당 부분의 설명은 볼드모트는 처음 듣는 것일지는 몰라도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죽음을 앞둔 볼드모트에게 그렇게 잘 설명해 줄 필요가 있나? 해리는 (롤링은) 볼드모트에게 조차 선택의 기회를 주려는 모양이다.

해리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볼드모트의 생각을 읽고, 마지막 호크룩스의 위치도 파악하고, 갑자기 사리가 매우 분명해진 것처럼 보인다. 해리는 지금까지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성장기의 소년이고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이었던 것에 반해, 마지막의 해리의 행동은 이 17세의 소년이 갑자기 도(?)를 깨친 것처럼 느껴져서 낯설기도 하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는 재미있는 책이다. 그 동안 보여준 롤링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다. 607페이지의 책 중 절반인 마지막 300페이지를 휴가에 놀러갔던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면서, 그리고 집에 와서 새벽까지 하룻동안에 읽었다. (한글이 아니라 영어책인데도 그렇게 열심히 읽게 만들었다는 점은 역시 이 책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제 또 어디서 이런 즐거운 소설을 만날 수 있을지...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가지고 깜짝놀랄 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책. 롤링이 다음 책을 낸다면 과연 해리포터를 능가할 수 있을지...


7권 표지.
죽음의 성도들로 번역된 Deathly Hallows는 "성도"라는 단어가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성스로운 물건 "성물" 정도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 Deathly도 Deadly라는 의미가 아니라, "죽음" 또는 "죽음의 신의"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신의 성물 (또는 선물) 정도가 알맞는 번역이 아닐까 싶다.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의 표지를 모아 만든 우표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얻었다.
책을 다 읽고 위키에 가보니.. 7권이 내용이 요약되어 올라와 있었다. 오늘 가보니, 롤링이 인터뷰에서 밝힌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까지 올라와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Harry_Potter_and_the_Deathly_Hallows
Posted by 슈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