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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째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듯... 그래도 워낙 주위환경이 다이내믹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화해내려면 그 정도는 무기력해져 있어야 했다....라는 변명을 해본다;

일요일 오후, 생각해 보니 음악회에 가기로 했었다. 느릿느릿 무기력해진 몸을 일으켜서 집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아서 15분만에 엘지아트센터에 도착;; 역시 느릿느릿 움직여서 표를 찾고 주차권에 도장을 받고 프로그램을 사고 등등..... 현악사중주 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아무런 기대도 설레임도 들지 않았었다.

공연 시작 전 장내 방송으로 휴대폰을 꺼달라는 안내가 나왔는데 무심코 듣다가 실소를 했다. 공연 중 작은 휴대폰 진동소리와 불빛도 연주자에게 "시련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의해 달라는 내용. 엘지아트센터의 유머감각이 향상된 듯. ^^
 
에머슨 쿼텟의 악기는 지그문토비치 제작의 악기들이라고 프로그램에 나와있었다. 어렴풋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문이 자자한 당대의 명장 지그문토비치의 악기를 쿼텟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로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진 드러커는 1686년 스트라드도 가지고 있고 로렌스 더튼도 만테가짜의 비올라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어서 사실 당일 연주한 악기가 어느 것이 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느낌상.. 드러커와 더튼 모두 지그문토비치로 연주한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연주는 모차르트의 불협화음으로 시작되었다. 음... 이게 모차르트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살짝살짝 드는 연주다. 뉴요커가 연주하면 모차르트는 이렇게도 되는구나. 아니면 내가 모차르트를 너무 편향되게 듣고 있었던가...?

 

이어지는 곡은 편안한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체코인이 보는 아메리카라기 보다는 너무나 미국적인 아메리카다. 하지만 정말 맛깔나게 연주한다. 특히 비올라와 첼로의 저음부가 매력적이었다.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켈은 음악가라기 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5-60년대 미국 사업가 같은 외모로 (아마추어 첼리스트 같은 외모라는 말...) 멋진 연주를 들려 주었다. 눈이 보는 것과 귀가 듣는 것이 서로 매치되지 않아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ㅎㅎ

 

2부의 쇼스타코비치는 악장간 간격이 없이 다섯 악장이 이어서 연주되었는데 딴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 분명히 4명이 연주하는데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느낌이었다. 더구나 쇼스타코비치의 독특한 리듬감과 멜로디를 "신나게" 살려내는데... 이것도 너무 미국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그대로 또 좋았다. 쇼스타코비치 연주에서도 비올라와 첼로는 상당히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두 바이올린도 때로는 파워풀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꽤 까다로와 보이는 테크닉을 소화하면서도 딱 그들의 쇼스타코비치를 들려 주었다.

 

악기소리는 바이올린들 보다는 비올라와 첼로 쪽이 더 좋았다. 드러커의 바이올린은 가끔씩 g현 하이포지션에서 버징소리를 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의도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필립 셋처의 연주가 더 부드럽게 느껴졌고 드러커의 악기는 조금은 성마른 느낌이었다.

 

관중들의 호응에 이어진 첫 앵콜곡은 드보르작의 사이프러스를 쿼텟을 위하여 편곡한 곡이었고 두번째는 놀랍게도 베토벤 라주모프스키 3번의 피날레였다. 으윽... 이걸 앵콜로 해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노친네들이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이렇게나 파워풀하게 연주를 해주다니.... 앵콜까지 다 듣고 나니 계속 나를 괴롭히던 무기력증에서 상당히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연주를 보면서 에머슨 쿼텟은 매우 미국적인 (그것도 상당히 이스트코스트적인) 음악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어째 그 사람들이 연주하러 여기 와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일로 여기 와 있고 곧 미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ㅠㅠ 왜 그런 느낌이 자꾸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최근에 내가 미국인 연주자들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지도...;;

 

 

프로그램

 

MOZART: Quartet in C Major, K 465 Dissonant 
DVORAK: String Quartet in F Major, Op. 96 (American) 
***INTERMISSION*** 
SHOSTAKOVICH: Quartet No. 9 in E-flat Major, op. 117 
 
앵콜
 
1. 드보르작 "사이프러스" 중 3번째곡 Andante con moto 
2. 베토벤 현악4중주 Op.59 No.3 중 제4악장 
Posted by 슈삐.

올해는 어쩐지 해외 연주자들 내한공연보다는 국내 연주자들의 공연에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연주회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공연 홍보도 잘 안보고 (지름신은 미리 예방해야) 지내고 있다. 사실 공연 보러 가는 시간을 내기도 요즘은 쉽지가 않고... 하여간...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저녁 시간이 안되는데, 공연이 있었던 수요일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모리스 콰르텟에는 작년까지 내가 단원으로 있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조금 관련이 있는 연주자분이 두분이나 있다. 한 분은 오케스트라 레슨도 가끔 해주시는 한혜리씨. 또 한 분은 작년에 협연을 했던 홍지혜씨. 공연장입구에 오랫만에 오케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공연장에서도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공연 끝나고 나서는 지휘자샘도 뵙고...


이번 공연의 주제는 taste of life 시리즈의 두번째로 '신맛'. 프로그램을 보니 과연 신맛다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들의 의상은 신맛의 느낌보다는 신선한 맛의 느낌이다. 노랑, 연두 계열의 화사하고 밝은 의상이 약간 낯설지만 또 색다른 느낌.


첫 곡으로 연주된 슈베르트는 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첫 곡이니까. 여성들로 구성된 콰르텟이라서 그런지 파워가 부족한 느낌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인데, 버르토크나 베토벤은 확실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한 곡들이어서 조금 더 파워풀한 연주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4번은 들어본 적 있지만, 3번은 아무래도 처음 듣는 곡인듯 했다. 꽤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곡인 듯.


2부는 가장 기대했던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의 한 세트인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중 하나. 누가 나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인들과 베토벤의 후기 현사들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당찮은 목표다..ㅠㅠ) 


모리스 콰르텟의 14번은 아름답다. 사실 매우 아름답긴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다기 보다는 무겁고 우울한 느낌도 상당부분 존재하는데, 조금 가볍게 연주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내믹한 부분들이 원하는 만큼 살아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반짝반짝거리는 연주였다. 특히 바이올린들의 연주가 눈부셨다. 매우 서정적인 연주. 더구나 1부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40분에 이르는 대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멤버들이 입덧에, 부상에 다들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주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그렇다.


관객들의 환호 속에 이어진 앵콜은 예수는 나의 힘이요라는 찬송가의 변주곡. 찬송가 같은 분위기의 곡에서 비브라토를 어떻게 구사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을 보여 주는 듯한 폭넓은 비브라토를 보면서 어찌 부럽던지... (요즘은 그나마 안되는 비브라토라도 할라치면 관절염이 오는 듯 손꾸락이 아프다는 ㅠㅠ)


프로그램


Franz Peter Schubert
Quartet in C minor, D 703 
 
Béla Bartók
String Quartet No.3 Sz 85

I. Prima Parte: Moderato
II. Seconda parte:Allegro
III. Ricapitolazione della prima parte: Moderato

Intermission

Ludwig van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4 in C sharp minor, Op.131

I. Adagio, ma non troppo e molto expressivo
II. Allegro molto vivace
III. Allegro moderato
IV. Andante ma non troppo e molto cantabile — Più mosso — Andante moderato e lusinghiero — Adagio — Allegretto — Adagio, ma non troppo e semplice — Allegretto

V. Presto

VI. Adagio quasi un poco andante

VII. Allegro



사족)


그나저나... 연주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은하와 우리 고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가 생겼다. 나랑 같은 대학 작곡과에 재수인지 삼수를 해서 간 친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2때 같은 반이었는데 역시 고2때 같은 반이었던 은하는 절대로 같은 반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2 올라가자 마자 했던 (아마 3-4월경) 합창대회에서 우리반 지휘를 내가 맡고 그 친구가 반주를 했었는데 말이다.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기에 동창 2명에게 그 밤중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헐...;;; 둘 다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다. 세월이 너무 지났나 보다..ㅠㅠ


집에 와서 교지에 문집까지 뒤졌는데, 고2때 그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친구가 나랑은 같은 대학이라서 대학 동창회 사이트에 들어가 이메일 주소는 구했는데... 20여 년 만에 불쑥 이메일 보내서 "안녕? 그런데 너 나랑 2학년때 같은 반이었지?" 하고 묻는 건 아무래도 영 아닌 듯 하고..;;;;;


하여간 증거를 찾다가...;;; 본의아니게 인터넷에서 그 친구에 관한 뒷조사(?)를 좀 하게 되었는데,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같이 작곡하는 남편을 만나서 유학 갔다오고 와중에 상도 받고 했던 모양이다. 중3 때 던가.. 잠시 작곡과에 가고 싶어했었던 나로서는 그동안 살아 오면서 그 친구가 종종 생각나곤 했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동창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뒤지다가 다른 동창들도 몇 명 찾았는데, 그 중 한 친구는 꽤 친했던 친구였다. 자기를 똑 닮은 아들과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과 즐겁게 살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보기 좋았다. 나중에 시간잡아서 연락을 해봐야겠다.

Posted by 슈삐.
고클래식에 티켓 신청을 했었는데, 전에도 몇 번 신청은 했었지만 된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로그인을 했다가 쪽지함이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 그런데... 헉 공연이 바로 당일인 것이다. 쪽지가 온 지 며칠 되었는데 반짝이는 걸 그제서야 본 것이다. (아니면 로그인을 며칠 간 안했을 수도...)

급히 같이 갈 사람을 찾아 보았는데 별로 없어.... 도윤이에게 물어 보았더니 간다고 해서 모녀가 밤마실 나가는 겸해서 콘서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실내악이라서 나는 꽤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과연 도윤이가 얼마나 지겨워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도착하여, 도윤이에게 자그만치 2,500원이나 하는 조그만 카스테라를 사주고 (음악당 안의 카페는 정말 심하게 비싼 듯..ㅠㅠ 하지만 연주회 시간 동안 엄마 말 잘 듣게 하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사줘야...;;;)... 1시간 반 좀 넘게 이어진 콘서트 내내 도윤이는 잠도 안자고... 별로 많이 지겨워 하지도 않고... 꽤 착하게 앉아서 잘 들었다. 그건 그렇고... 

첫 곡은 전에 우리 앙상블의 은아씨가 나중에 꼭 해야 한다고 했던 바로 그 곡. 프로그램에는 미뉴엣이 적혀 있었는데, 연주는 알레그로만 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정교한 연주가 아니어서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듀엣연주는 언제나 보기가 좋다. 비올라나 첼로가 낮은 음역을 가지고 있는 악기이긴 하지만 살짝 더 날카로운 음색으로 조금 더 앙상블을 잘 이루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긴 했다.

이어지는 곡은 하이든의 Fifth. 에르완 리샤가 들고 나온 비올라가 엄청 커 보였고...^^; 퍼스트 바이올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곡인 듯 했다. 안단테 악장이 아름다왔다.

이 곡과 나중의 도흐나니 퀸텟을 들으면서 우리 앙상블도 이 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들었는데 하이든 같은 경우는 퍼스트 바이올린만 잘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듯 하고... (잘하는 분을 영입해야..;;;) 도흐나니는 어느 악기가 리딩한다는 느낌 없이 각자가 맡은 파트를 매우 충분한 소리를 내면서 연주해야 할 것 같았다. 하이든보다 도흐나니가 서로 묻어가면서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을만한 곡이지 않을까. 사실 도흐나니의 피아노 퀸텟이 연주되는 것 까지 보다 생각해 보니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우리 앙상블의 구성으로 연주하기에 딱 좋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었다.

도흐나니의 곡은 매우 재미있었다. 각 악기들이 더하고 덜하고 없이 모두 자기 몫을 하면서 즐거운 앙상블이 되는 것을 보니 정말 부러웠다고나 할까.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악보를 찾아 보았는데, 나름 최근 작곡가여서 그런지 무료악보는 없고 유료로 구해야 할 듯 하다. 아다지오 악장만이라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말이다.

연주는 앵콜 없이, 커튼 콜도 없이 그냥 끝났다. 어쩐지 마지막 곡의 화려한 엔딩과는 맞지 않는 맹숭맹숭한 느낌이랄까. 이런 소규모 음악회가 사실 더 즐겁고 재미있을 수 있는데... 오는 길에 도윤이에게 일전에 성당에서 했던 실내악 공연 (대중적인 클래식 소품들이 잔뜩 연주되었었다)이랑 이번 공연이랑 어느 것이 더 재미있었냐니까 뜻밖에 이번 공연이 더 좋았다고 한다. 도흐나니가 맘에 들었던 걸까... 아니면 무대가 가까이에 확 들여다 보이는 자리 덕분일까...

P/R/O/G/R/A/M

L.v.Beethoven Duet with two obbligato eyeglasses for Viola & Violoncello
Allegro-Menuetto
Va.. 김상진 Vc. 임경원

J.Haydn String Quartet No.61 in d minor Op.76 No.2
Allegro
Andante o piu tosto allegretto
Menuetto: Allegro ma non troppo
Finale: Vivace assai
Vn. 양승희, 지성호 Va. 에르완 리샤 Vc. 김호정

intermission

E.v.Dohnanyi Quintet for Piano & String Quartet Op.1
Allegro
Scherzo
Adagio, quasi andante
Finale (Allegro animato)
Pf. 오윤주 Vn. 지성호, 양승희 Va.. 서수민 Vc. 이유미
Posted by 슈삐.
간혹 열리는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회는 정말 유혹적인 레퍼토리이다. 이번 비스펠베이의 연주회도 예매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지르고야 말았다. 그런데.....

9월27일 토요일에 지윤이가 참여하는 컵스카우트 체육대회를 한다고 하질 않는가...;; 아침부터 도시락을 준비하고, 도윤이도 데리고 행사장소인 정릉초등학교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지만, 그늘에서는 꽤 쌀쌀한데다가, 엄청나게 건조해서, 운동장의 모래가 바람에 계속 날리고 있었다. 5시 경에 끝날 줄 알았던 운동회는 계속되고... 결국은 시상식과 폐회식이 막 시작되려는 때에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를 나섰다. 5시 반이 좀 넘은 시각. 7시에 연주회가 시작되는데, 아이들을 집에다 데려다 놓고 예당까지 가야 한다...

토요일 저녁... 길은 막히고... 6시30분이 넘자 소나타 1번과 2번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ㅠㅠ 허겁지겁 도착하니 7시30분 정도. 콘서트홀의 모니터에서는 연주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모차르트 변주곡. 잘 하면 2번은 들어가서 볼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연주자들이 계속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로 했는지, 중간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첫번째 인터미션이 끝나고 듀오는 4번과 5번 그리고 그 사이에 또 모차르트 변주곡을 연주했다. 두번째 인터미션이 끝나고는 헨델 변주곡과 3번. 그리고 앵콜로는 (내가 놓쳤었던...) 마술피리의 파파게노가 불렀던 아리아의 변주 중 일부를 짧게 연주해 주었다. 3시간 반 동안 지칠 법도 한데... 역시 한국관객의 열정적인 박수에 감동한 덕분일까... 예상치 않은 앵콜이었다.

비스펠베이는 솔리스트로 타고난 연주자인 것 같은 느낌. 보잉이나 자세가 너무나 자신감에 차고 넘친다. 첼로를 너무나 쉽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주를 지켜보고 나니, 첼로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성격의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마치 그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쇼맨쉽이 강한 연주자보다는 더 진지하고 음악에 몰두하는 연주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나, 악보도 없이 긴 시간 동안 소나타 전곡을 강한 카리스마로 연주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웹사이트: http://www.pieterwispelwey.com/)

피아니스트 멜니코프는 상당히 파워풀한 연주자인 듯하다. 전에 한국에 왔을때 공연 광고가 하도 시끌벅적했어서... 과연 어떤 연주자일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궁금증이 약간 풀린 듯 한다. 건반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서 봐서 그런지, 몇 번의 미스터치도 들리긴 했지만... 상당히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 주었다. 하지만.... 뭔가 내 타입은 아닌 듯... 원래 음반을 녹음했었던 데얀 라지치와 연주했다면 좀 달랐을까... 하지만 개성넘치는 연주자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올 초에 있었던 페레니와 쉬프 듀오의 연주보다는 덜하지만.. 흥미진진한 연주였다는 생각이다. 또.. 연주회의 앞부분을 놓치기는 했지만 (소나타 2번을 놓친 것이 정말 아쉽다..ㅠㅠ) 워낙 긴 연주회여서 2, 3부를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또 오랫만에 아는 사람들 얼굴도 좀 볼 수 있었고.... 우리 오케의 청춘남녀가 연애하는 모습도 우연히 목격하고..ㅡㅡ;;


  Alexander Melnikov

Image:Pieter wispelwey cellist and Dejan Lazic by Fai Ho 30 januari 2007.jpg
(이 사진의 피아니스트는 멜니코프가 아니라 라지치...)

프로그램

베토벤_첼로 소나타 F장조 Op.5 No.1
베토벤_ ‘연인이거나 아내이거나’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g단조 op.5 No.2

-intermission 1-

베토벤_첼로 소나타 C장조 Op.102, No.1
베토벤_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D장조 Op.102 No.2

-intermission 2-

베토벤_‘유다스 마카베우스’의 ‘보아라, 용사는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_첼로 소나타 A장조 Op.69


 
덧붙여.......

비스펠베이는 2004년 크리스티에서 낙찰받은 1760년도 과다니니를 가지고 있다. 5대 밖에 없는 지오바니 바띠스따 과다니니의 첼로 중 한 대인데... 경매장에서 비스펠베이가 직접 입찰했었다면 사람들이 상당히 재미있어했을 듯 하다 (하지만, 아마 대리인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ㅎㅎ) 아래 링크는 당시 기사.
http://news.bbc.co.uk/1/hi/entertainment/arts/3979541.stm

그나저나, 이번 연주회에서 비스펠베이가 들고 온 악기는 과다니니가 아니라 스트라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어떤 악기의 음색이었는지는 나로서는 어차피 구별 불가능이지만...
Posted by 슈삐.
일요일이라서 가족모임이 있었는데, 연주회 시간에 맞춰 저녁도 먹다말고 일어나 나왔다. 드디어 오늘이 쉬프의 바흐를 듣고 볼 수 있는 날이 아니던가...

가격대비 효용이 큰 합창석. 역시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을 보면서 합창석 중간으로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좀 들었다. 뒤쪽에서는 그의 페달링 - 뭐.. 바흐에선 페달을 전혀 안썼다고는 하지만 - 이 잘 보이지 않았고, 어떤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주회장 밖에서 김선욱군이 친구들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홀에 들어 오니 멀리 1층에 정명화씨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 엊그제 페레니와의 듀오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도 정명화씨를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프랑스 모음곡으로 시작된 쉬프의 연주는 놀랍도록 명확한 아티큘레이션을 들려 주었다. 명료한 음색. 주선율과 부선율이 또렷또렷 살아나 마치 바흐의 악보를 눈 앞에 펴 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쉬프의 연주하는 뒷모습에 악보들이 펼쳐져 같이 흐르고 있는 환상이 보이는 듯 했다.
 

사진 더 보기

프로그램:
J.S. Bach, French Suite No.5 in G major BWV 816
J.S. Bach, Italian Concerto BWV 971
J.S. Bach, Partita No.2 in c minor BWV 826
Schumann, Fantasie in C major, Op. 17
Beethoven, Piano Sonata No.21 in C major, Op. 53 "Waldstein"


인터미션에 계단에서 임동혁군이 걸어 내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쉬프의 바흐를 들으면서 요즘 한창 바흐로 전국투어를 하고 있는 임동혁군이 생각났었다. 바흐와 임동혁을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워 그 공연은 보지 않기로 했었는데, 그래도 임동혁의 바흐는 어떨까 조금 궁금했었는데... 쉬프의 연주회에 와 있었을 줄은 몰랐다. 같은 연주자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슈만의 환상곡은 피아노곡이라는 생각을 넘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요즘 슈만 교향곡 1번을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서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만드는 조울증 환자의 곡 같은 ... 그런 매우 슈만스러운 느낌은 쉬프의 극적인 연출로 더 힘을 얻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발트슈타인. 헉.... 지금까지 들어왔던 수많은 발트슈타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역시 매우 극적인 연출이고 매우 독특한 해석으로 느껴졌는데, 템포를 꽤 많이 변화시키면서 연주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피아노 한 대로 들려 줄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음색을 연출해 내는 낯선 발트슈타인이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피아노, 피아니시모로 연주하면서 저렇게 명확한 음색을 들려 줄 수 있는 것일까....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쉬프는 예의바르게 객석 이쪽 저쪽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예전에 보았던 키신의 절도 있는 인사와도 비슷했다. 쉬프는 이어 3곡의 앵콜을 들려 주었다. 슈만의 아라베스크, 슈베르트의 헝가리안 멜로디, 그리고 바흐 파르티타. 슈만은 너무나 유려했고, 헝가리안 멜로디는 슈베르트의 곡이라는 것을 못듣고 제목만 간신히 알아 들었는데 헝가리 출신이라 선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 어영부영... 마지막 바흐의 파르티타 1번은 연주회 전반부에 감동을 주었던 바로 그 바흐를 다시 들려 주었다. 브라보!

(역시 집에와서 구글에서 헝가리안 멜로디로 검색.... 유튜브에서 너무나 젊은, 아니 젊다 못해 어린 쉬프의 연주를 찾아 냈다 ^^)
Schubert Hungarian Melody D817 in B minor
Posted by 슈삐.

금요일 저녁.  페레니의 공연을 마다하다니... 본인이 싫다는데에야 어쩌랴. 첼로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2장이나 표를 구입했었는데... 남편 대신 이제 8살인 도윤이와 같이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워낙 유명한 연주자들이라 관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콘서트홀을 반정도 채웠을까 싶을 정도.. 도윤이와 같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 첼리스트가 바로 보이는 박스석에 앉았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박스석엔 우리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은 전곡 베토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2번이 시작되자 페레니가 들려주는 첼로의 음색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쉬프의 선명한 아티큘레이션과 페레니의 아름다운 음색이 어우러져 만들어 지는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Photo: Miklos Perenyi and Andras Schiff











페레니 사진 더보기

프로그램: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G단조, Op.5 No.2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4번 C장조, Op.102 No.1
베토벤,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한 소녀나 여인을 파파게노 원하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F장조, Op.66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3번 A장조, Op.69


페레니와 쉬프는 오래 전부터 작업을 같이 해왔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둘의 연주를 듣고 하모니가 엉망이었다고 평을 올려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사실은 내심 불안했었더랬다. 2004년에 베토벤 첼로소나타 음반을 내놓은 이후로 두 연주자는 베토벤으로 이루어진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세계 곳곳에서 상당히 많은 연주를 해왔었고, 각각이 너무나 뛰어난 연주자인데... 앙상블을 이루지 못했다니...

그러나, 그런 불안감은 연주가 시작되자 서서히 사라져 갔다. 쉬프의 피아노는 첼로와 듀오일때 피아노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려 주는 것 같았고, 페레니의 첼로는 안정적이고 거침없는 피아노를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예전에 동영상으로 본 굴드와 로즈의 연주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지만, 둘의 조화와 앙상블은 그 연주처럼 완벽했다.

관객의 태도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나는 도윤이가 혹시라도 부시럭대고 소릴 낼까봐 좀 불안했지만, 꼬마는 나름대로 의젓하게 "지루한" 2시간을 참아 주었고... 관객들은 곡의 마지막 여운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유명한 3번 소나타로 본 프로그램을 마친 후, 쉬프와 페레니는 차례대로, 멘델스존의 무언가, 베토벤의 마술피리 변주곡, 쇼팽의 첼로소나타 3악장을 앵콜로 연주해 주었다. (지극히 쇼팽다운 쇼팽의 첼로 소나타는 너무나 감성적이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한동안, 콘서트홀의 높은 천정들 아래 공간 속에서 음표들이 부드럽게 날아 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페레니의 첼로가 들려 주던 놀라울 정도로 맑은 음색은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페레니의 음색에 빠져버린 나는... 집에 와서... 한참 인터넷을 뒤져 페레니의 악기가 1730년 갈리아노라고 쓰여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어느 갈리아노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Alessandro Gagliano? 코지오닷컴에도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페레니 음색의 비밀은 결코 악기만은 아닐 것 같다. 놀라울 만큼 완벽해 보였던 그의 보잉이 아마도 맑고 투명한 음색의 비밀이지 않을까...)

Posted by 슈삐.
(아래의 사진들은 Beethoven-Haus Bonn 이라는 독일의 본에 있는 Beenthoven-Haus의  공식웹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이것들 중에서 어느 것으로 연주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마 이중의 어느 것도 아닐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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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바이올린
Violine, Beethovens G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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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Hofkapelle (궁정 오케스트라??) 에서 베토벤이 연주하던 악기.
Viola, Beethovens Dienstinstrument in der Bonner Hofkapelle
 
이 악기는 베토벤이 1786년 부터 1790년까지 연주했고, 1789년 부터는 궁정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할 때 쓰던 악기랍니다. 그 후 Ries가문에서 연주되고 수리되면서 전해져 왔구요. 제작자는 누군지 모르지만, 18세기 전반기에 만들어진 악기일듯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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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학생용 바이올린, 1910년
Schülergeige Ludwig van Beethovens, um 1910 - Anonyme Fotograf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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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streichquartettinstrumenten (caper quartet 악기들)
 
첼로는 School of Nocola Amati
바이올린 중 하나는 Pietro Antonio Landolfi의 것일 가능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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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슈삐.